도의원 말 한마디에 위탁운영사 바꾼 경기도 산하기관…엄마들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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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산하기관이 직장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를 일방적으로 변경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어린이집 회원사끼리 이미 업체를 선정해 원아까지 모집했는데 “위탁운영사를 바꾸라”는 경기도의회 몇몇 의원의 말에 돌연 업체를 바꾼 것이다.

이에 해당 어린이집 엄마들은 “원아 추첨까지 끝내놓고 이제와 바꾸는 것은 특정 업체 밀어주기 아니냐”며 의혹제기와 함께 반발하고 있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광교테크노밸리에 올 4월부터 제2어린이집(3층ㆍ920㎡)을 연다. 기존 어린이집(2층ㆍ396㎡)이 작아 원아 수용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는 24억5000만원으로 이중 도비가 9억원, 나머지는 국비다.

진흥원 측은 지난해 10월 이런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이어 ‘직장어린이집 회원사 운영위원회’를 열고 제2어린이집 위탁운영사를 기존 어린이집 위탁운영사인 ‘푸르니보육재단’에서 통합 관리하도록 합의했다. 아이들의 연계 보육을 위해 제1어린이집 보육교사 50%를 제2어린이집으로 옮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운영위에는 진흥원 직원 1명과 진흥원이 위촉한 보육경영연구위원, 제1어린이집원장, 학부모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진흥원 측은 이어 같은 해 11월 통합 위탁운영사인 푸르니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제1ㆍ2어린이집 원아 95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중순 진흥원이 돌연 제2어린이집 위탁운영사 모집 입찰공고를 냈다. 경기도의회 몇몇 의원이 “도비가 지원되는 만큼 통합운영이 아닌 분리운영하고, 도내 업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올 1월 제2어린이집 위탁운영사로 ‘수원대 산학협력단’이 선정됐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기존 업체를 통해 원아를 모집했고, 내부 규정에 따라 운영위원회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개입찰에 응모한 업체 공개와 도의원의 실명공개, 업체 변경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 등을 요구했다.

익명을 원한 한 학부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위탁운영사에 대한 엄마들의 평이 좋아 아이를 맡기기로 했는데 엉뚱한 업체가 들어온다니 황당할 뿐”이라며 “푸르니재단이 운영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그 홈페이지를 통해 원아를 모집, 신청했는데 다른 업체가 운영한다는 것은 사기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회원사 운영위에서 결정한 것은 법적 효력이 없고 도의회의 지적이 맞다고 판단해 운영사를 바꾸게 됐다”면서도 “산하기관에서 도의회의 지적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탁운영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는 점도 인정한다”고 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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