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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청풍호? 단양호?…한 호수 놓고 3개 지역 명칭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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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충주호는 충북 충주·제천·단양에 걸쳐있다. [사진 충주시]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충주호는 충북 충주·제천·단양에 걸쳐있다. [사진 충주시]

충주호는 충북 충주·제천시와 단양군 등 3개 시·군에 걸쳐있는 저수 면적 97.2㎢의 인공호수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생겼다. 지난달 1일 충주호 상류에 위치한 제천시 청풍면 광의리 호수에서 선상(船上)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주민 460여 명은 풍선을 날리며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13년째 매년 1월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이 행사의 명칭은 ‘청풍호 선상 해맞이’다. 제천에서는 충주호를 ‘청풍호’로 부른다. 행사를 주최한 장한성 제천사랑청풍호사랑실천위원회 위원장은 “충주호란 이름은 3개 시·군의 특징을 담지 못했다. 청풍명월의 고장을 뜻하는 제천 청풍면 이름을 따 청풍호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 청풍면에 있는 비봉산 모노레일 에 ‘청풍호’란 문구가 보인다. [사진 제천시]

제천시 청풍면에 있는 비봉산 모노레일 에 ‘청풍호’란 문구가 보인다. [사진 제천시]

충주호는 이들 3개 시·군에서 부르는 명칭이 제 각각이다. 공식 이름이 충주호지만 제천에서 ‘청풍호’로 불린다. 충주호 상류에 수중보(洑)를 건설하고 있는 단양군은 최근 보 건설로 담수량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이 주변을 ‘단양호’로 이름 짓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지역만 부각” 제천시 지적에
1998년 명칭 변경 시도했지만 부결
제천시 해당유역만 청풍호로 명명
단양군도 단양호로 명칭 독립 계획
충북도 서로 이해관계 달라 눈치만

충주호는 충주시 종민동 본댐부터 제천시 청풍면, 단양군 도담삼봉 일대까지 뻗쳐있다. 충주댐 저수 면적의 30%는 충주시에 속해있고 제천 59%, 단양이 11%를 차지한다. 충주시 등 3개 자치단체는 호수를 유람선 운행, 수상레포츠·공원개발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주호 명칭 분화는 9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제천시는 “댐 건설로 수몰지역과 담수 면적이 가장 많은 제천을 고려치 않고 충주시만 부각한 충주호 명칭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풍호 개명을 제안했다. 하지만 충북도 지명위원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충주호 명칭이 상당 기간 쓰여온 데다 이를 변경하면 각종 서적과 문헌 등 혼란을 야기해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제천시는 충주호 유역 중 제천 지역 명칭을 청풍호로 정하고 공식 행사와 지역 홍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충주호 주변 관광케이블카 이름을 ‘청풍호 그린케이블카’로 정하는가 하면 청풍문화재단지 등 유명 관광지와 시내 곳곳 간판에도 청풍호를 쓰고 있다. 제천사랑청풍호사랑실천위원회측은 “충주호를 청풍호로 바꾸는 캠페인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충주호 상류에 위치한 단양군은 오는 6월 단양 수중보 완공을 계기로 이 일대를 단양호로 부를 계획이다. 한정웅 단양군 관광개발팀장은 “수중보가 건설되면 호수 주변에 산책로와 탐방로, 수상스포츠 시설 등을 갖춘 관광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 주변 개발 사업명엔 단양호란 명칭이 붙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자용 충북도 균형개발과장은 “호수 명칭을 통일하려고 해도 3개 지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조정이 쉽지 않다”며 “98년 충북도 지명위원회에서 충주호 명칭 변경안이 부결된 이후 지역갈등을 이유로 양 지역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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