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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돈 내고 독서토론 하냐고요? 1년 만에 회원 10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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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 달에 한 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회비는 넉 달에 19만~29만원. 모임 한 번에 5만~7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매달 책 한권씩 읽고 함께 토론
“재미있게 지식 나누는 공간”
회비 한 달에 5만~7만원 꼴

‘굳이 돈을 내 가면서 모일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1년 여 만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2015년 9월 문을 연 독서토론 스타트업 ‘트레바리’의 이야기다.

윤수영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트레바리 회원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회원들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듯 꾸준한 지적 충전을 위해 트레바리에 가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트레바리 회원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회원들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듯 꾸준한 지적 충전을 위해 트레바리에 가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트레바리]

창업자 윤수영(29) 대표는 트레바리를 ‘읽고 쓰고 대화하고 친해지는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소개한다. 트레바리 안에는 총 70개의 클럽이 있다. 10명 이상이 모이면 클럽을 만들 수 있고 최대 25명까지 가입할 수 있다. 주제는 영화, 술, 음악, 정보기술(IT) 트렌드 등 다양하다. 각 클럽은 매달 주제에 맞는 책을 한 권 정해 각자 읽고 독후감을 쓴 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트레바리는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함’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독서모임을 창업으로 연결시킨 윤 대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카카오(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근무했다. 입사 첫 해, 회사가 인수합병으로 어수선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대학때부터 6년여 간 몸 담았던 독서 동아리에서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윤 대표는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적 활동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범 당시 80명이었던 트레바리의 회원 수는 현재 1000여 명으로 늘었다. 가입비로 단순 계산하면 이번 시즌(1~4월) 매출이 1억9000만~2억9000만원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모임 공간을 제공하는 대가 치고는 회원비가 비싸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락을 돌리고 회비를 걷고 독후감을 취합하고 장소를 섭외하는 등 불편한 행정 요소가 필요하다”며 “회원들은 모임의 즐거움만 취하고 귀찮은 일은 트레바리가 대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 그가 창업을 준비할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 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대표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참고하는 자료로만 활용했다”며 “내가 직접 경험했던 독서 모임은 비즈니스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지를 갖고 창업으로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최근 트레바리는 벤처 투자업계의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회비라는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춘데다 1년 여 만에 회원 수가 8배로 늘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관련 시장도 크다는 분석에 의해서다. 현재 독서모임을 사업화한 모델은 트레바리가 유일하다. 공간 운영비, 직원과 클럽 관리자에 대한 인건비가 지출의 대부분이어서 영업이익률도 높다. 하지만 윤 대표는 아직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를 받게 되면 성장을 위해 지금까지 추구해오던 가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규모 확장이나 투자 유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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