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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에서 모스크 테러… 최소 6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캐나다 퀘벡 이슬람 사원 총기난사 현장 주변에 29일(현지시간) 경찰차들이 배치돼있다. [AP=뉴시스]

캐나다 퀘벡 이슬람 사원 총기난사 현장 주변에 29일(현지시간) 경찰차들이 배치돼있다. [AP=뉴시스]

캐나다 동부 퀘벡 주 퀘벡 시에 위치한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29일(현지시간)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6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퀘벡시 생트 푸아 지역에 있는 ‘퀘벡 이슬람 문화센터(이하 이슬람센터)’에 복면을 쓴 괴한 2~3명이 난입한 것은 이날 저녁 8시쯤이다. 이들은 저녁 예배 중이던 신도 60~100명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고 CNN이 퀘벡 지방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모하마드 얀구이 이슬람센터 회장은 “현장 목격자로부터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정확한 동기나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트뤼도 총리는 “무슬림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규탄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고 종교적 관용은 캐나다인들이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필리프 쿠이아르 퀘벡주 장관도 트위터에 “퀘벡은 이러한 야만적 폭력을 절대적으로 거부한다”고 쓰고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이번 테러는 트뤼도 총리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캐나다의 이민 수용 정책을 거듭 표명한 가운데 벌어졌다. 트뤼도 총리는 전날 트위터에서 “박해나 테러, 전쟁을 피해 온 이들에게 ‘캐나다 국민은 종교와 관계없이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점을 밝힌다”면서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다. 캐나다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썼다. 같은 날 아흐마드 후센 이민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행정명령으로 캐나다에서 발이 묶인 이민자와 난민, 여행자들에 임시 거주권을 제공하겠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캐나다의 잠재적인 반이민·반무슬림 정서를 표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캐나다에선 최근 몇 년 간 반무슬림 정서가 확산돼 왔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벌어지는 모스크에선 지난해 6월에도 돼지 머리가 현관에 놓인 채 발견된 바 있다. 돼지고기 식육은 이슬람교에서 금기시되는 것으로 당시에도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로 해석됐다. 2013년 인근 온타리오 주 모스크에서도 돼지 피로 보이는 액체가 뿌려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캐나다는 인구 3500만명 중 3.2%(약 100만명)가 이슬람 신도다. 종교·인종적 다양성을 옹호하며 이민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2015년 11월 트뤼도 총리가 취임한 이래 시리아 난민만 3만9000명을 수용했다.

이번 총기 난사가 발생한 퀘벡 시가 속한 퀘벡 주는 인구 800만명 중 무슬림이 3.1%(약 24만3000명) 정도다. 1991년 0.6%(약 4만5000명)에서 5배로 급증했다. 이들은 주로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 또는 마그레브(북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넘어온 이민자나 후손들이다. 때문에 무슬림 정체성 논란이 2015년 총선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니캅(무슬림 여성이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식 복장) 규제에 퀘벡 주민 90%가 찬성 의사를 밝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됐다.

퀘벡 주의 주도 퀘벡 시는 최근 tvN 인기드라마 ‘도깨비’에 촬영장소를 후원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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