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한 그릇도 못 먹고, 쓸쓸히 집 마루에서 설날 생 마감

중앙일보

입력

혼자 살던 50대 남성이 설날 집 안의 야외 마루에서 잠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쓸쓸하게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0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9시40분쯤 의정부시 산곡동의 한 단독주택 마루에서 A씨(5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 친척집에 놀러온 조카가 설을 맞아 A씨에게 떡국을 전해 주려 왔다가 마루에 숨져 있던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아침 의정부 지역의 최저 기온은 영하 11.3도를 기록했다.

경찰은 A씨가 이날 술을 마시고 농가 주택 형태의 집 외부로 난 마루에서 잠이 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특별한 직업도 없이 어머니와 같이 지내오다 2013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집에서 혼자 지내왔다. 그는 형제와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생활을 유지했다.

사고 당시 집 연탄난방의 환풍구는 고장이 나 난방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가스도 끊긴 상태였고, 전기장판이 유일한 난방기구였다. 그는 방이 아닌 야외 마루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저체온증으로 깨어나지 못했다.

평소 알코올 의존 증세가 있던 A씨는 숨지기 며칠 전에도 술을 마시고 집 근처 길에서 쓰러져 있다 발견돼 경찰이 집에 데려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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