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쓰시마서 훔쳐온 고려불상, 600년 전 주인 서산 부석사 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7.01.27 01:00

업데이트 2017.01.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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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쓰시마(對馬) 사찰에서 도난 된 뒤 한국으로 반입된 불상을 600여 년 만에 원래 소유주로 알려진 충남 서산 부석사에 인도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본은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지난해 4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사진)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동안 진행된 변론과 문화재청에서 보관 중인(현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불상에 대한 현장검증 등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로 추정된다”며 “증여·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약탈 등의 방법으로 쓰시마로 운반된 뒤 봉안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이어 “역사적·종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불상 점유자는 원고인 부석사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왜구가 약탈한 것 제자리로”
일본 “판결 유감 … 빨리 돌려달라”

재판부는 “고려사에는 불상이 제작된 1330년 이후 5차례에 걸쳐 왜구가 서산 지역을 침입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불상에 남아 있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함께 있어야 할 보관(寶冠)·대좌(臺座)가 없는 점도 약탈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14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300년대 말 왜구에게 약탈당한 뒤 1526년께 일본 간논지에 봉안된 것으로 부석사 측은 보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불상은 600여 년 만에 부석사로 돌아오게 됐다.

앞서 2012년 10월 김모(70)씨 등 문화재 절도단 4명은 쓰시마섬 간논지와 가이진(海神) 신사에 들어가 관음보살좌상과 동조여래입상 등 불상 두 점을 훔쳐 한국으로 들여왔다. 이 가운데 동조여래입상은 지난해 7월 일본에 반환됐다.

판결을 지켜본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현명하게 판단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일본이 불법으로 유출한 7만여 점의 한국 문화재를 환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석사 측은 조계종·문화재청 등과 협의를 거쳐 불상을 교구 본사인 예산 수덕사로 옮겨 보관할 예정이다.

판결 직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불상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그런 가운데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극히 유감”이라며 “신속히 반환되도록 한국 정부에 적절한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조만간 검찰이 판결 내용을 분석한 후에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서울=이기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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