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퀄컴 기술력 '횡포' 자기 발등을 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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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퀄컴이 만든 휴대전화용 모뎀칩셋을 설명하고 있다. 퀄컴은 모뎀칩셋의 독과점 업체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퀄컴이 만든 휴대전화용 모뎀칩셋을 설명하고 있다. 퀄컴은 모뎀칩셋의 독과점 업체다. [뉴시스]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쓰이는 모바일 AP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퀄컴이 궁지에 몰렸다. 애플 등 납품업체로부터 소송이 잇따르고 있고, 한국·미국 등지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생겼다. 퀄컴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퀄컴을 제소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특허를 강매하는 한편,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지난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에도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밴드 프로세서'의 기술 특허를 수년간 강매했다”며 퀄컴에 10억 달러(약 1조157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란 네트워크와 무선기기를 이어주는 부품으로 4G LTE 통신을 하는 스마트기기는 사실상 퀄컴의 특허를 피해갈 수 없다.

퀄컴의 시장 독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17일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말 퀄컴의 특허권 남용에 대해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거액의 과징금으로 이날 발표된 퀄컴의 2017회계연도 1분기(2016년 10∼12월) 순이익은 6억8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급감했다. 퀄컴은 유럽연합(EU)과 대만에서도 반독점 문제로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퀄컴은 무선기기를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부품과 해당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과도한 라이선스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스마트기기 제조사들로부터 원성을 받아왔다. 퀄컴은 제조사로부터 제품 판매가의 3~5%를 로열티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한때 퀄컴을 대신해 인텔부품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미국에서 AT&T와 T모바일밖에 통신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퀄컴은 2015년 지나친 라이선스료와 끼워팔기 등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60억8800만 위안(약 1조324억 원)의 과징금을 낸 바 있다. 또 꼭 필요한 특허기술은 경쟁업체에도 라이선스를 받고 제공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조항을 어긴 점도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퀄컴의 기술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이 라이선스료를 낮추기 위해 소송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세가 부진하면서 마진을 늘리려는 애플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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