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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와 함께 가주의 미래 열고 싶다"

미주중앙

입력

비야라이고사 주지사 후보(왼쪽)가 본사 원용석 기자에게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정현 기자

비야라이고사 주지사 후보(왼쪽)가 본사 원용석 기자에게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정현 기자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 시장은 자신에게 '크로스오버 어필(crossover appeal)'이 있는 게 장점이라고 자평했다. 모든 인종에게 호감을 줄 수 있어 주지사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야 전 LA 시장, 내년 가주 주지사 도전
일자리 창출ㆍ교육ㆍ노숙자 문제 시급 강조
한국 이민자 환영ㆍ한국과 자유무역 중요

비야라이고사 후보는 1977년 UCLA 역사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피플칼리지 법대를 졸업했으나 가주 변호사 시험에는 합격하지 못했다. LA 교사노조에서 일한 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LA지부 회장으로 활동했고, 1990년 LA메트로교통위원회 이사로 임명됐다. 1994년 가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1998년에는 동료의원들로부터 가주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2001년에 LA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제임스 한에게 패했다. 2003년에 LA 14지구 시의원으로 당선된 뒤 2005년에 한 당시 시장과 재대결에서 이기며 1872년 이후 첫 라틴계 LA 시장이 됐다. 2009년에 재선 성공.

2018년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되면 사상 첫 라틴계 가주 주지사 선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본지를 방문한 비야 전 시장의 정치관과 공약을 들어봤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했는데.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제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됐다. 이제 그와 함께 일해야 할 때다. 대통령이지만 우리가 충돌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고 우리 모두 미래로 향해야 할 때다."

-힐러리 클린턴(전 민주당 대선후보)과 절친한 사이인데. 선거 이후 연락이 있었나.

"선거가 끝나고 3주 뒤에 연락이 왔다. 힐러리가 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힐러리가 정치권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남아있을 것으로 본다."

-불법체류 이슈가 다시 논란인데.

"불법체류자들은 자녀들의 삶을 위해 국경을 넘어왔다. 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 사회에 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을 올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불체자 1200만 명을 추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불체자의 60%가 라틴계다. 그들은 열심히 일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체자 이슈를 재고하길 바란다. 정치인들은 경제가 안 좋으면 불체자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강력범죄를 범한 불체자들은 어떻게 하나.

"살인범 등의 불체자들은 당연히 추방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불체자의 위법행위는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어왔다는 것 외에는 없다. 그들은 식당에서, 공장에서 일한다. 생계를 위해 2~3개의 일자리에서 일한다. 일부 불체자들의 범죄 행위를 모든 불체자들이 범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시장이었을 때, 범죄에 매우 강경하게 대처했다. 내 임기 동안 강력 범죄가 50% 떨어졌다. 또 LA경찰국(LAPD)에 1000명의 경관을 증원했다. 한인 커뮤니티에는 올림픽 경찰서가 들어서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행정명령을 내렸다. TPP에 대한 견해는.

"전반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내용 중 수정할 부분도 있었다. 한국(한국은 TPP 포함 국가가 아니다), 일본, 싱가포르, 일본 등과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미국의 제조업이 크게 무너질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무역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무역을 하지 않으면 패자가 더 많아진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부 선진 공업국들이 모두 전 국민 건강보험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가장 경제적으로 부강하다는 미국에는 없다. 오바마케어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대신 보험비를 지급한 격이었다. 문제는 보험사간 경쟁이 적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찬성과 반대가 50-50 정도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다가 못 받는 이들이 생기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트럼프 대통령은 보험을 강제로 들 필요가 없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다면 아픈 사람들만 가입하게 될 것이다."

-고속열차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전세계 16개 국가에 고속열차가 있다. 한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에 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하다는 미국에는 없다. 돈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프로젝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20년 뒤에 시행한다면 그때는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가주의 교육 불균형도 문제다.

"LA시장에 출마했을 때처럼 주지사로 당선되면 일자리와 함께 교육 이슈를 가장 중요시할 것이다. 내가 LA시장으로 막 취임했을 때 LA시의 공립 고등학교 졸업률이 44%였다. 임기가 끝날 무렵 졸업률을 72%로 끌어올렸다. 빈곤을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빈곤하거나 위탁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교육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학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것도 다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6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소득불균형이 심하다.

"빈곤 비율이 높은 미 전역 300개 도시 중 가주에 77개 도시가 속해 있다. 우리(가주)는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그런데 빈곤층의 25%가 가주에 거주한다. 교육과 직업훈련,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현안들이다. 향후 18개월 동안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 입에서 계속 '일자리'에 대한 얘기를 줄기차게 들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결국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보다 중요한 것은 드물다."

-가주재개발국(CRA)을 부활할 생각이 있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보다 규모가 작은 CRA를 추진할 것이다. LA를 보라. 내가 시장직을 떠난 뒤 갈수록 노숙자가 36%나 증가했다. 중앙일보 앞에도 많지 않나. 강력범죄는 30% 올라갔다. 차기 주지사는 주택마련, 경제개발 등의 이슈를 잘 이끌어야 한다. 수감자가 교도소에 넘쳐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세계 수감자의 25%가 가주에 있다니 말이 되나. 그렇다고 수감자들을 무조건 석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들을 위한 사회 적응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생각해야 맞는 것 아닌가."

-라스트 네임을 바꿨는데. (원래 비야라이고사 전 시장의 라스트네임은 '비야(Villar)'다.)

"전 부인과 결혼했을 때 그녀가 내 성(姓)을 따르겠다고 했다. 뭔가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도 와이프의 성을 따르겠다고 했다. 결국 나와 전 부인(Corina Raigosa)의 성을 합쳐 '비야라이고사(Villaraigosa)'로 바꿨다. 이유가 또 하나 있기는 하다. 5살 때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고 집에서 나갔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폭행과 술주정 뿐이었다. 그래서 내 성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었다. 어머니가 나를 키웠다. 첫 아내와 헤어진 뒤에도 다시 예전 이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최근 결혼했는데. (비야라이고사 후보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패트리샤 고베아와 지난해 8월 멕시코에서 결혼했다.)

"나와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 자녀들이 총 6명이다. 농구팀 하나를 만들고 벤치멤버 한 명이 추가됐다(웃음)."

-한인 커뮤니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A는 서부의 수도다. LA시장 시절부터 아시안 국가와 가까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한국에도 다섯 번 갔다. 주지사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한국 이민자들을 적극 반길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일으켜 세운 나라다. 시장직에 출마했을 때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이 컸다. 나와 함께 손잡고 가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자."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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