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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달라진 최순실..."자백 강요, 너무 억울" 큰 소리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 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체포영장이 집행돼 특검에 강제로 불려 나온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자백을 강요당했다. 억울하다”며 취재진을 향해 소리쳤다. 당시 최씨의 육성은 고스란히 전국에 생중계됐다.

25일 오전 11시 16분쯤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씨는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잠시 살피더니 이내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어린 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그러고 이 땅에서 죄를 짓고 살았다는 게, 자유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라며 “우리 애들까지 다,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육성이 처음으로 온 국민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2월 특검에 처음 소환됐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최씨는 작년 12월 24일 특검에 조사차 출석했을 때, 이달 16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 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 씨가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며 소리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씨는 지난해 10월 31일 검찰에 처음 출석했을 때 “국민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씨의 목소리가 워낙 작았고 몰려든 취재진 탓에 그의 육성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국조특위 청문회, 법정에서 최씨가 구속되기 전 주변인과 대화하는 통화녹음 파일로 육성이 잠시 공개된 바 있다.

앞서 최씨는 항상 침묵으로 일관해 왔기에 이날도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최씨가 작정한 듯 발언을 쏟아내자 현장에 있던 취재진도 당황했다.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특검 사무실 청소 아주머니도 최씨 육성에 놀란 듯 "염병하네"라고 3번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타지 않으려는 듯 안간힘을 쓰며, 큰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최씨는 11시 20분께 특검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앞서 9시50분께 특검팀 수사관들은 서울 구치소에서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10시16분께 최씨와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했다. 특검팀은 지난 24일 법원으로부터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26일께 체포영장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최씨에 대한 재판이 연기되면서 앞당겨졌다.

최씨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 비리와 관련한 학교 업무 방해다. 이대 관련 수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지만, 특검팀은 최씨를 불러 정부의 이대 지원 등이 정씨 특혜에 대한 대가였는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이 최씨를 조사하는 것은 한 달여 만이다. 지난해 12월 특검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이후 최씨는 6차례나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해 왔다.

특검이 체포영장으로 최씨를 붙잡아둘 수 있는 시한은 48시간이다. 원칙적으로는 구치소와 특검팀 사무실을 오가며 조사가 진행돼야 하지만, 최씨 본인의 동의가 있다면 밤샘조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씨측은 이미 묵비권을 행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배재성·오원석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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