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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순수예술 교류까지 가로막는 중국의 사드 몽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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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보복이 도를 넘고 있다.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로 설 특수를 기대하던 한국인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더니 이번에는 중국이 순수 문화예술 교류에도 빗장을 지르고 나섰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어제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준비해 온 중국 공연이 취소 이유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무산됐다고 공개했다. 조수미는 중국 초청으로 다음달 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투어 공연에 나설 예정이었다. 며칠 전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중국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3월로 예정됐던 중국 연주가 취소된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조수미의 공연 취소 이유와 관련해 ‘중국 오케스트라들이 답하길 거부했다’며 ‘사드 보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사실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의 중국 내 공연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우리 공연 관계자가 지금 중국에 가려면 공연 관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참담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스스로 초청하고 그것도 몇 년에 걸쳐 준비한 순수 문화예술 활동을 뚜렷한 설명도 없이 비자 발급 거부라는 얄팍한 수단을 동원해 취소하는 게 맞는지, 우리는 깊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21세기 세계를 이끌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았는가.

 중국은 북핵(北核)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전방위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 인적 왕래와 문화 교류 제한부터 시작해 중국 현지의 롯데 사업장 조사, 한국산 양변기 무더기 불합격 처분과 같은 경제 규제, 나아가 떼를 지은 군용기의 우리 방공식별구역 침범 등의 군사적 압박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인 양상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얼마 전 다보스 포럼에서 개방과 자유무역을 외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모습이다. 중국은 한국인들에게 날이 갈수록 말과 행동이 다른 나라로 비춰지고 있다. 이게 수교 25년 만에 우리가 알게 된 중국의 민낯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