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빠지는 전세…분쟁 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주택 전세시장이 장기 침체하면서 집을 빼지 못한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임차권 등기명령제도란 전.월세 계약기간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법원에 임차권 등기를 하면 집을 비워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장치로 1999년 3월 도입됐다.

법무법인 굿모닝의 김한솔 변호사는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의 전단계인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건이 증가한다는 것은 전셋집이 남아도는 역(逆)전세난이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전세시장 침체가 계속될 경우 외환위기 때처럼 소송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서대문.용산.은평구 관할 법원인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올 들어 7월 말까지 접수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건수는 2백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건)의 2.5배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월 12~15건에 그쳤으나 전세시장 침체가 시작된 가을부터 급격히 늘어 지난달에는 43건이나 됐다.

수도권은 더 심각하다. 경기도 구리.남양주.동두천.의정부 등지를 관할하는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는 올 들어 7월까지 총 85건이 접수돼 지난해 전체 신청건수(82건)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세입자들의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이 크게 늘어 지난해 전국 5천1백8건(서울 1천5백26건)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