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병역판정검사(징병검사)'가 23일 서울 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을 비롯한 전국의 지방병무청별로 시작됐다.
병역판정검사는 대한민국 남자의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첫 단계이다. 서울 신길동 병역판정 검사장을 찾은 병역대상자들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때마침 불어닥친 강추위는 어깨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접수를 마친 병역대상자들은 제일 먼저 컴퓨터에 연결된 심리검사 시스템에 접속해 인성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는 정신병 유무 및 군부적응자를 가려내기 위해 마련됐다. 혹시 병역회피를 위해 과장된 답안을 적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정신과 전문의에 의한 2차, 3차 검사에서 걸러진다고 말했다. 일정기간 정신과 치료 후 재검을 해도 문제가 있으면 병적기록에 정신질환 면제로 기록된다고 한다.
인성검사를 마친 병역대상자들은 '나라사랑카드' 신청서를 쓴다. 체크카드 일종인 이 카드로 군생활 중 월급이 지급되며 일종의 군인 신분증도 된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제공하며 대상자가 선택해 신청한다. 만약 불합격되어 군면제가 되어도 10년간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못지 않게 혜택이 많아 그 이상은 연장해 주지 않는다.
일단 징병검사장까지 온 교통비와 식비가 '나라사랑카드'로 지급된다. 서울 시내기준으로 1만3000원이 지급되며 일부 도서지역 출신의 경우 숙박비가 포함되어 10만 원이 넘을 수 있다.
병역대상자들은 '나라사랑카드'를 신체검사 단계마다 신분 확인용으로 사용한다. 가슴 X-Ray 촬영을 시작해 혈액검사, 안과, 키·체중 측정 등을 마친 뒤 판정까지 총 2시간여가 걸렸다. 특히 올해부터는 잠복결핵 검사가 추가됐다. 검사결과 양성인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무료 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병역대상자들은 종합병원 수준인 19개 항목의 임상병리검사를 한 뒤 병역처분과 함께 개인별 병역판정검사 결과서를 받는다. 사실상 건강검진을 받는 셈이다.
징병검사 첫날인 23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울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을 방문했다. 정 의장은 병역대상자들을 격려한 뒤 명예 병역판정관 역할을 맡아 판정을 내렸다.
병역판정검사연기 사유가 해소된 사람과 1998년(19세) 출생자 등 올해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는 총 32만 8000여 명이다. 검사를 마친 병역대상자들은 판정된 신체등급과 학력, 연령 등을 종합해 병역처분을 받는다. 판정결과 1~3급은 현역병 입영 대상이다. 학력 수준이 고교 퇴학 이하인 1~3급은 보충역이지만 현역병 입영희망시에는 군대에 갈 수 있다.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