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블랙리스트' 후배들, 울면서 호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출석하는 과정에서 만난 취재진들에게 "(블랙리스트) 담당 후배 직원들이 나를 만나서 울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인물이다. 이날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며 유 전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부인하고 있는 듯 한데, 분명히 있었다"라고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재확인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 중앙포토]

유 전 장관은 이날 취재진들에 둘러쌓인 자리에서 "현직에서 고생을 많이했다. (블랙리스트) 담당 직원들이 나를 만나 울면서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그 상황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라며 "나는 '그러다가 건강 해친다. 빨리 요청을 해서 자리를 옮겨라'라고 조언했지만 '양심에 어긋나고 건강 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자기가 피하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할 것 아니냐.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누구에게 맡기겠는냐'는 호소를 듣기도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유 전 장관의 특검 출석에 앞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헌재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2013년 12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체육계에 대해서는 수시로 보고해달라'고 했다"며 "특히 체육계 개혁과 관련해서는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특검은 유 전 장관을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 지시 등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들이 어떻게 얼마나 관여했는지 밝힌다는 계획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