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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 생활기록부 조작한 50대 여교사…학교는 은폐 급급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성남지역 한 고등학교 여교사가 자신의 딸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고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 중순 성남 D고교에 대한 생활기록부 조작 제보가 들어와 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D고교 교사인 A씨(52ㆍ여)는 자신이 교무부장으로 재직중이던 2013~2015년 초까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IES)에 임의로 접속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자신의 딸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다.

A씨는 딸이 2학년 때인 2014년 교내선거에서 투표문화를 개선했다 등 없는 내용을 새롭게 써 넣었다. 이런 식으로 1학년 때인 2013년 생활기록부 2개 영역에서 200글자, 2014년도에는 12개 영역에서 1589글자를 수정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교과학습발달상황 창의적체험활동 등 모두 14개 영역에서 1789글자를 조작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A씨 딸의 3학년 담임인 B교사에 의해 들통났다. 2015년 9월 2일 A씨 딸의 수시 원서 작성을 도와주는 과정에서다. B교사 자신이 적지도 않은 ‘장래가 촉망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다른 내용들도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었던 것이다. B교사는 이같은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 조작사실이 들통나자 A씨는 같은 달 1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는 도교육청 보고와 징계 절차 없이 은폐에만 급급했다.

학교측은 조작에 대한 별다른 조사 없이 같은 해 10월 1일자로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어 한 달 뒤인 같은 해 11월 5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A씨가 조작한 14개 영역 1789글자 중 3개 영역 316글자에 대해서만 ‘부분정정(삭제)’ 조치를 내렸다. 정정사유 또한 ‘조작’이 아닌 ‘기재오류로 인한 정정’으로 처리했다. 현재까지도 11개 영역 1473자가 삭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러는 동안 A씨의 딸은 2015년 12월 7일 학생부위주전형으로 선발하는 서울의 명문 S사립대에 합격해 현재 재학중이다. 도교육청은 A씨와 함께 학교생활기록부 조작 및 은폐에 관련된 교직원 등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조작된 후 수정되지 않은 1473글자에 대해서는 학교측에 정정(삭제)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S대에도 이같은 내용을 통보하기로 했다. 다만 조작된 내용이 대학 합격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해당 대학측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3년간 자녀와 교직원의 동일 학교 재직 현황을 조사한 뒤 학교생활기록부 조작 비위 등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와 별개로 생활기록부 작성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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