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70)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했지만 여성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지못하고 있다.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미 전역은 여성들의 반(反) 트럼프 시위로 들끓었다.
미국 여성들은 워싱턴ㆍ뉴욕 등 미 주요 도시에서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 행사를 개최했다. 미 전역에 50여 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ㆍ멕시코인ㆍ무슬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무시 발언을 규탄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트럼프는 사라져라(Trump has got to go)’ ‘여성인권도 중요하다’ ‘트럼프ㆍ KKK(백인우월주의)ㆍ파시스트 반대’ “여성은 물러서지 않는다” “고맙다 트럼프. 나를 인권 운동가로 만들어줬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들을 직접 적어 만든 팻말도 손에 들고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마돈나를 비롯해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 가수 얼리샤 키스 등도 참석했다. 특히 마돈나는 이날 연단에 올라 “엿 먹어라(fuck you). 나는 분노한다. 백악관을 폭파시키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라며 욕설이 섞인 언사를 거침없이 쏟아내기도했다. 자신의 노래를 개사해 트럼프를 비난하기도했다. 마돈나를 비롯한 행진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양이 모자’(Pussyhat)를 쓰고 나왔다.
고양이 모자는 대부분 분홍색과 빨간색이었다. 마돈나는 검은색 고양이 모자를 착용했다. 고양이 모자는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의 음담패설 테이프 유출을 조롱하기 위해서다. 여성과 장애인, 이민자 등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한 트럼프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의미한다. ‘고양이’를 뜻하는 ‘푸시(Pussy)’는 속어로 여성의 성기를 말하기도한다. 고양이 모자는 머리 양쪽 끝이 고양이 귀처럼 봉긋 솟아 있다.
한편 존 케리 전 국무장관도 이날 빨간색 목줄을 맨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영화배우 애슐리 쥬드(48ㆍ여)도 트럼프를 비난하며 여성을 혐오하는 트럼프가 싫어 여기 나왔다”고 했고,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62)는 이날 “비극적인 트럼프 취임 이틀째를 맞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날 워싱턴D.C 50만, 시카고 15만 등을 비롯해 뉴욕ㆍ보스턴ㆍ애틀랜타 등에서도 여성혐오 발언 등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행진’ 행사가 이어졌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