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사 대외정책은…푸틴과 브로맨스로 국제 질서 대격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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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제 45대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인권과 같은 가치를 지키겠다며 도맡던 ‘세계의 경찰’ 역할의 축소를 강조하며 국제 정세의 격변을 예고했다.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우호선린을 추구할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울 권리를 갖는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며 "우리의 생활방식을 다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겠다. 낡은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명분으로 미국과 뭉쳤던 우방의 개념은 퇴색하고, 이해득실에 따른 국제 질서가 펼쳐질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다. 오랫동안 적대적이었던 양국이 관계 개선을 넘어 밀월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우정)’를 과시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 확인된 이후에도 트럼프는 대러 경제재제 해제를 주장하며 푸틴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고질적인 중동 문제도 대전환을 맞을 전망이다.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의 친(親) 이스라엘 성향이다. 그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극우 강경파 유대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이스라엘 대사로 지명했다. 더구나 정통파 유대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해 중동문제를 맡기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기운 공약과 인선은 아랍국가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가뜩이나 불안정한 정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정권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이란 핵 합의를 ‘최악의 협상’이라 비판하며 재협상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이란은 핵 합의는 다자간의 합의라며 번복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합의를 엎는다면 국제사회는 또 다시 혼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러시아·터키와 함께 시리아 평화협상을 주도하는 이란을 흔들 경우 ‘최악의 내전’ 수렁에 빠진 시리아 문제 해결도 난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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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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