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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밑지는 장사 않는 트럼프, 북 핵도발 땐 가만있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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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영향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트럼프는 전날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축하공연에 가족들과 참석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왼쪽부터 둘째 딸 티파니,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부인 이방카,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한 명 건너뛰고) 트럼프, 둘째 며느리 라라 유나스카와 남편 에릭, 맏며느리 버네사 헤이든과 남편 트럼프 주니어. [워싱턴 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트럼프는 전날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축하공연에 가족들과 참석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왼쪽부터 둘째 딸 티파니,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부인 이방카,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한 명 건너뛰고) 트럼프, 둘째 며느리 라라 유나스카와 남편 에릭, 맏며느리 버네사 헤이든과 남편 트럼프 주니어. [워싱턴 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트럼프와의 동맹 시대’가 열렸다. 역대 미 행정부 중 가장 예측이 어렵다는 평가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트럼프 정부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일단 동맹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는 계속 발신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지난 17일 150여 명의 미 주재 외교관이 참석한 만찬에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추진하겠지만 동맹국들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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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동맹과 협력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의 청문회 답변을 분석, 두 가지 특징을 잡아냈다. ▶동맹 네트워크를 활용한 힘에 의한 평화 추구 ▶역할과 비용을 제대로 분담하는 늠름한 동맹으로부터 더 큰 힘이 나온다는 인식이다. 김 교수는 “한·미 동맹을 역할 분담, 비용 분담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 본보기용 희생양으로
한·미 FTA가 도마에 오를 수도
미·중 격렬한 경쟁과 충돌 예고
“한국, 파편 하나만 맞아도 치명상”

통상 분야에선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벌써 가시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일본 도요타가 새로 짓는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하는 자동차에 징벌적 관세 부과 위협을 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본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핵 의외의 측면서 탈출구 나올 수도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대표 등 기업인들이 앞다퉈 트럼프를 만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특검 수사 대비에 바쁜 상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보호무역 드라이브의 본보기용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방한한 매슈 굿맨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트럼프가 후보 시절 한·미 FTA도 언급했다”며 “완전한 재협상 은 없겠지만 일련의 단계적 조치는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측 인사들은 북핵 문제에 있어선 일단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틸러슨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북한을 ‘미국과 세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적(adversary)’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정책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 초기 북한의 도발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트럼프는 외교도 거래하듯이 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 있어 거래가 가능하다면 의외의 측면에서 탈출구가 마련될 수도 있지만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 그의 공격적인 스타일로 볼 때 북한이 도발할 경우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지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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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인정할 외교적 원칙 세워야

트럼프 시대엔 미·중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외교적 어려움도 커질 전망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 안에서 부상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 공간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나의 우주 속에서 위계질서를 갖고 작동하는 세계가 아니라 두 개의 우주가 서로 격렬하게 경쟁하며 충돌하는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한국은 파편 하나만 맞아도 치명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가 중국을 때리는 동아시아 정책으로 가면서 동맹국에 협력을 요청하면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시대에는 국익에 기반한 입장에 충실해야 한다”며 “어떤 나라가 봐도 ‘이 상황에서 한국은 이런 외교적 선택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우리가 취할 정책의 원칙을 명확히 해놔야 한다 ”고 조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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