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대화」로 노사공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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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첨예한 시국현안문제로 등장한 노사분규에 종교계도 깊은 관심을 표명, 분규의 조속한 해결과 산업민주화의 실현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ㆍ개신교ㆍ불교등 각교단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나름의 수습방향을 의명ㆍ강론ㆍ기고등을 통해 제시하면서 보다 발전적인 노사공존의 산업평화가 하루 속히 정착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종교계의 노사문제에 대한 시각과 분규타결 지침은 근로자들의 요구에 폭넓은 이해와 공감을 보이는 반면 근로자들은 모든 것을 한번에 타결하려는 성급한 요구를 자제, 양보와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천주교 김수환추기경은 지난 15일. 서울명동성당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강론에서 『최근의 민주화진행과 이에 따른 근로자들의 요구는 구시대에 맺혔던 한이 일시에 분출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노사분규의 수습을 위한 기업인들의 의식변혁과 근로자들의 성급한 요구 자제를 촉구했다. 종교계가 노사문제에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목은 근로자들에 대한 「인간적 대우」.
김말용 가톨릭노동문제상담소장은 『오늘의 노사분규는 근로자들에게 정신적ㆍ물질적으로 누적돼온 비인간적 대우에 대한 분노 폭발로 불수 있다』 고 밝히고 『일을 시키는 방법과 감시속의 혹사, 비민주적인 노사간의 상하예속관계등이 시급히 개선돼야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의 예외가 있긴하지만 현노사분규는 대체로 「비폭력적ㆍ평화적」인 틀속에서 진행되고 있기때문에 크게 우려할게 없으며 특히 대우조선의 이석규씨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분규수습의 템포가 빨라질수 있다』 는 낙관론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종교계는 이번의 노사분규가 단순한 노사간의 문제로 해결되기 보다 사회적으로 폭넓게 수렴돼 기업의 구조적 모순ㆍ부조리들은 물론 노사의 인간적ㆍ윤리적 관계가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총무 김소영) 는 지난18일 노사문제에 관한 성명을 발표, 『노사문제는 약자인 노동자들의 편에서 실상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태도와 조치가 우선해야한다』 고 주장하고『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시급히 개선하는등 현장노동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과감한 행동적 표현』 을 요망했다. 또한 노동자들에게는『정의로운 분노를 깨우침의 입장에서 표현하고 마음에 가득찬 복수의식에서 비롯되는 저항과 폭력은 삼가줄것』을 당부했다. 불교계의 노사관도 역시 상호이해와 양보속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다.
종상스님(불국사)은 최근의 불교신문 기고에서『육방예경』 의 부처님 말씀을 인용, 노와 사가 지켜야할 각각의 필수오계를 제시했다.『육방예경』이 밝힌 사의 노에 대한 5개 수칙은 ▲음식과 옷을 책임질 것 ▲병이 나면 치료해줄 것 ▲근로자를 혹사하지말 것 ▲사유물을 뻣지말것 ▲공정한 분배를 할것등이다. 또 근로자가 취해야할 태도로는 부지런할 것, 일할때는 정성을 다할 것, 회사의 재물을 아낄 것, 웃사람을 존경할 것, 기업주의 좋은 점을 칭찬하고 허물은 가급적 들춰내지 말것등을 제시했다. 종상스님은 『이 수칙은 비록 봉건시대의 노사윤리이긴하지만 오늘의 노사분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만한 교훈을 담고있는 가르침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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