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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그린 수탉, 샤갈의 몽환적 병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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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피카소(왼쪽)와 샤갈의 닭 석판화. [사진 고판화박물관]

피카소(왼쪽)와 샤갈의 닭 석판화. [사진 고판화박물관]

파블로 피카소가 쓱쓱 닭을 그렸다. 간략하나마 강한 필체로 수탉의 위용을 낚아챘다. 곧추 선 닭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피카소가 남긴 석판화 중 하나다. 반면 마르크 샤갈의 석판화 ‘노란 꽃과 병아리’는 몽환적이다. 병아리를 타고 하늘을 올라가는 듯한 여인은 꿈을 꾸는 듯하다. 모양과 색이 각기 다른 닭 수십 마리가 한데 모인 19세기 말 헝가리 석판화 ‘군계도’도 활기차기만 하다.

원주 명주사 박물관 닭 판화전

동양에서도 닭 그림은 많다. 중국 동진(東晉·317∼419)시대 신선 설화집 『열선전(列仙傳)』에는 축계옹이란 도사가 닭에 모이를 주는 장면이 나온다. 축계옹은 100년 동안 1000마리가 넘는 닭은 그리면서 한 마리 한 마리에 모두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닭은 또한 도교나 불교에서 한 해의 액운을 막아주는 부적으로 사용됐다. 새해의 풍요와 건강을 비는 세화(歲畵)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조선 후기의 육필 민화 ‘수탉’. [사진 고판화박물관]

조선 후기의 육필 민화 ‘수탉’. [사진 고판화박물관]

세계의 닭 판화를 모은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 특별전이 강원도 원주시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에서 열린다. 치악산 자락에 있는 명주사 박물관은 판화작품 6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003년 개장 이후 매년 판화 전시를 열어오고 있다. 사립 사찰박물관으로는 드물게 연평균 1만2000여 명의 관객이 찾는 지역문화의 명소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기획한 이번 자리에는 70여 점의 동서양 판화가 나왔다. 출세와 부귀, 다산과 풍요를 나타내는 닭의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닭싸움을 즐겼던 옛 한국인의 풍속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에도시대 목판화 우키요에(浮世?)에 등장하는 닭도 화려하다. 한선학 관장은 “새벽을 여는 닭의 기운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22일부터 3월 31일까지. 033-761-7885.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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