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킬러 콘텐트는 없었다…경기회복 없는 일자리 대책, 한계 뚜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킬러 콘텐트’가 없다. 18일 발표된 일자리 대책에 대한 총평이다. 정부는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17년 고용여건 및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방향’을 의결했다. 이 추진방향에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각 부처가 내놓은 다양한 일자리 대책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을 일자리에 두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고용노동부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대책을 총정리한 것이 이날 의결된 추진방향이다.

일자리 사정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특히 일자리가 가장 절실한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9.8%에 달한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2%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정도로 성장 지체가 심각해 일자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일자리 공급의 중추 역할을 했던 제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수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5000명)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00인이상 기업들은 2015년4분기~지난해 1분기에 3만3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4분기~올해 1분기에는 이 숫자가 3만 명으로 8.8%나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제조업을 대신해 일자리 공급의 핵심 역할을 했던 서비스업도 올해는 내수 부진으로 고용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해(2.4%)보다 더 떨어진 2%로 예상했다. 고용 창출을 많이 했던 음식점업의 경우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8월 2%였던 생산 증가율이 9월 -2.3%, 10월 -1.7%, 11월 -3.3% 등 계속 악화하고 있다. 현재의 일자리 수 유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는 경제성장의 기본 밑거름이다. 일정한 벌이가 있어야 소비를 할 수 있고, 소비를 해야 경제가 성장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일자리 창출 방안들은 양적으로 적지 않다. 정부는 당장 급한 1분기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연간 공공부문 신규채용 인원(6만2000여 명)의 27%인 1만7000여 명을 1분기에 채용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에는 총 3만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이 중 1만9000명를 차지하는 공공기관 채용 예정 인원의 55%, 즉 1만1000명을 상반기에 앞당겨 채용키로 했다.정부는 또 채용박람회 등 140여 개의 채용행사를 열어 총 1만2000명을 채용키로 했다. 당초 채용행사를 통한 고용 예정 인원은 1만 명이었지만 2000명을 더 늘렸다. 중소기업 등에서의 장기 근속 인력을 늘리기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수혜 대상을 지난해 1만 명에서 5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취업자가 2년간 근속하면서 300만원을 적립할 경우 정부와 기업이 총 12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로봇, 드론 등 12대 신산업을 육성해 올해 일자리 3만 개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는 대책들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올해 1분기에만 일자리 분야 예산의 33.5%를 집행하기로 했다. 전체 재정조기집행 목표치인 31%보다 높은 수치다. 또 모든 부처에 국장급 일자리 책임관을 지정하고 이들 책임관이 회의를 열어 일자리 정책을 발굴 및 협의토록 했다. 또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가 일자리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면서 매달 고용 동향을 평가하고 일자리 대책을 계속해서 발굴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서 뾰족한 묘수를 찾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상당 부분 이미 발표됐던 내용들인데다 중장기적이고 피상적인 내용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서다. 일부 대책은 현실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취업난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완화할 수 있는 ‘킬러 콘텐트’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정부로서도 한계는 있다.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경제정책방향이나 업무보고에 관련 내용을 상당 부분 담았기 때문에 당장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추진방향에 ‘청년 일자리 대책 종합 평가 및 보완 방안’ 마련(3월),김영란법 타격 업종 발전전략 수립(3월), 일자리 포털 구축(하반기 중) 등의 향후 계획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정부 대책만으로 일자리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결국 경기가 회복돼야 근본적인 고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악화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도 경기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다가 대선을 앞두고 기업들이 장기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낮아 ‘고용절벽’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