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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완전히 선 긋는 영국…시장 반응은 덤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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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절반 잔류, 절반 탈퇴(half in, half out) 하는 방식은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하드 브렉시트’ 발언 후폭풍
파운드화 하룻새 1.5% 하락
엔화, 달러당 113엔대로 올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발언이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강성 발언과 추가적인 EU 탈퇴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세계 금융시장에 냉기가 돌았다.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하는 메이 총리의 발언을 앞두고도 한국 금융시장은 차분한 반응이었다. 17일(현지시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7포인트 오른 2071.8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하루 전보다 7.6원 오른 1174.5원에서 마감했다.

하지만 하루 앞선 16일 유럽 증시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영국의 FTSE100은 0.15%, 독일 DAX30은 0.64%, 프랑스 CAC40은 0.82% 떨어졌다. 영국이 EU와 완전히 선을 그으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을 흔들었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5% 하락했고, 엔화 대비로도 2.5% 떨어졌다.

영국과 EU 경제에 대한 우려가 퍼지며 시장은 안전자산을 좇았다. 일본 채권에 돈이 몰리며 엔화 환율은 달러당 113엔대로 오르면서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연초 온스당 1150달러에 머물던 금 시세도 이날 하루에만 10달러 이상 오르며 1211달러대를 기록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하드 브렉시트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등 다른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놓고 봤을 땐 관망세”라고 짚었다.

한국의 외환 당국은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선언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금융시장에 단기간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일정, 탈퇴 범위 등 일부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됐지만 협상 과정에서의 변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 변수를 더 크게 봤다. 송 관리관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드러나게 될 정책 변수가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 리스크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시장에 반영돼 왔기 때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브렉시트로 인한 파운드화 환율 등 영국의 경제지표는 9부 능선을 지났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해 6월 이후 포트폴리오를 상당 부분 조정했기 때문에 또 다시 충격이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U와의 탈퇴 협상에 최소 2년이 걸릴 전망”이라며 “관세 장벽이나 영국 경기 위축 가능성 등에 대해 국내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유경·조현숙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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