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갈등 물타기 수사" 검찰에 격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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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22일 밤 강원도 원주시에 마련된 강희도 경위의 빈소에서 조문을 한 후 나오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경찰은 강희도 경위 자살과 최광식 경찰청 차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경찰 기죽이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힘 겨루기에서 경찰의 기를 꺾기 위해 윤상림씨 사건을 경찰 비리 수사로 몰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강원도 원주에 차려진 강 경위의 빈소엔 21일에 이어 22일에도 경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검찰이 경찰 부분만 수사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물타기를 하려는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수사권 조정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검찰의 표적 수사가 강 경위의 죽음을 불렀다는 게 경찰 내부의 여론이다. 최 차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인물이다.

한 경찰 간부는 22일 "최 차장이 윤씨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도 없이 실명을 흘리고 있다"며 흥분했다. 실제로 윤씨 사건에 정부 고위급 관계자나 판사도 여러 명이 연루돼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지만 한번도 검찰이 조사 대상을 실명으로 거론한 적은 없었다. 최 차장만 실명으로 언론에 등장하게 된 것은 검찰의 '언론플레이' 아니냐는 항변이다. 게다가 윤씨가 검찰과 인맥이 두터운데도 검찰 수사에서 유독 현직 검사는 한 명도 연루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경찰 일각에선 "검찰 최고위급 간부 모씨가 윤씨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검찰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한 명 죽었다"며 "강 경위는 피의자도 아니고 경위 파악을 위한 참고인이었는데 생명을 버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경위 자살과 관계없이 계좌추적 등 돈거래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하루 수사를 일시 중단했다.

검찰은 조만간 윤씨 사건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강씨 자살의 파장을 감안해 최 차장 관련 부분에 대한 조사는 뒤로 미룰 공산이 크다. 하지만 경찰이 이 사안을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만큼은 단호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검.경의 긴장관계는 쉽사리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철재.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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