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고바 코소보 대통령 폐암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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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온건 비폭력 정책으로 '발칸의 간디'로 불리던 코소보 지도자 이브라힘 루고바(61.사진) 대통령이 21일 폐암으로 숨졌다.

루고바 대통령은 1990년대 초부터 신유고연방(현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상대로 비폭력 평화운동을 주도해 왔다. 그는 2001년 11월 알바니아민족동맹(LDK)을 이끌고 코소보에서 실시된 첫 총선에서 승리한 뒤 2002년 3월 초대 대통령에 선출돼 지금까지 재임해 왔다. 90년대 알바니아계만의 비공식 선거에서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사하로프 인권상도 수상했다.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공부한 문학비평가 출신으로 항상 비단 스카프를 착용하는 멋쟁이로도 유명했다. 언제나 협상과 타협을 강조해온 온건론자로 심지어 99년 코소보 알바니아계 학살에 이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신유고연방 공습 당시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만나 협상하기도 했다. 당시 이 장면이 TV에 방영되면서 강경파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아 몇 달간 이탈리아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은 2001년과 200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감정을 앞세운 강경론자보다 대중의 이익을 우선한 그의 온건론을 선택했다.

한편 루고바의 사망으로 25일로 예정됐던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지도자와 세르비아 정부 간의 코소보 장래 지위를 결정하기 위한 회담이 다음달 초로 연기됐다. 코소보는 99년 이후 유엔이 행정을 관할하고 나토 평화유지군이 치안을 유지하는 등 준독립 상태다. 현재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는 세르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하길 희망하지만,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가 세르비아의 일부로 남기를 바란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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