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한약 먹어도 괜찮을까?…탕약 표준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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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약 먹이고 있는데요. 어린이 탈모 때문에 걱정되네요. 23개월 아들 밥 좀 잘 먹으라고 지었는데 찝찝해서 남은 거 그냥 버려야 하나 싶네요.”
“한약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봐요. 아기일 때는 더더욱... 주변에서 한약먹고 좋아졌다는 케이스는커녕 부작용이나 반응무(無)로 헛돈 날린 경우만 봤네요.”

지난해 8월 한 육아 인터넷 카페에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당시 대형 한의원에서 조제한 약을 먹고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빠지는 급성 탈모를 앓게 된 27개월 남자 아이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다. 해당 한의원이 손해배상에 가입한 보험사는 한의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해 배상금 300만원을 책정했지만, 정확한 급성 탈모의 원인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제한약(탕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복지부가 탕약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소비자가 자주 복용하는 탕약의 조제 설비와 방법을 표준화하는 탕약 현대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탕약은 한의사가 환자 치료를 위해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의약품이지만, 그 과정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의 불안이 끊이지 않았다. 탕약 현대화가 진행되면 의료기관별로 격차가 컸던 탕약의 품질과 안전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경남 양산시에 있는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에 10억원을 투자해 탕약을 안전하게 조제ㆍ관리할 수 있는 탕약표준조제시설을 구축하고, 한약재 구입부터 보관ㆍ조제ㆍ포장ㆍ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수준으로 표준조제공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올해 2억원을 투입해 한약진흥재단에 한약표준화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조제한 탕약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복지부 조귀훈 한의약산업과장은 “표준화 공정을 만들면 제조공정을 역추적해서 부작용 원인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발암물질은 없애고 유효성분을 가장 많이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내 각 약에 대한 표준 공정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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