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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스교육, 강사 띄우기용 '댓글 알바' 사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온라인 강의 업계 1위인 이투스교육이 소속 강사를 띄우기 위해 '댓글 알바'를 동원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투스교육은 17일 자사 홈페이지에 신승범 사장 명의로 ‘그간 불법적인 바이럴마케팅 행위가 이뤄져온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올렸다.

이 회사와 소송 중이던 일타강사 폭로 영상 올려
10억원 내걸고 직원으로부터 증거 제보 받아

사과가 나온 것은 한때 이 회사 소속이었던 '일타강사' 우형철(53)씨가 '댓글 알바'를 폭로하는 영상을 14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삽자루'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수학 강사 우씨는 유튜브에 ‘이투스에 촛불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17일 오전 현재 조회수가 10만 건이 넘어섰다.

영상의 주 내용은 이투스교육이 특정 강사를 띄우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수만휘·오르비·포만한 등 수험생과 학부모가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에 강사 관련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우씨에 따르면 이 회사는 e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으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어떤 댓글을 올려야 하는지를 세부적으로 지시했다. ‘○○○ 강사의 수업은 심화와 기초가 모두 탄탄하다’ ‘내용이 어렵긴 하지만 쓸데없이 잡담하는 강사보다 훨씬 낫다’ 등 댓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영상에선 아르바이트생들이 '알바 댓글' 의심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해당 사이트 이용자들로부터 ‘너 혹시 알바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을 것을 대비해 몇 개 과목을 실제로 수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댓글을 올릴 때엔 ‘PC방이나 공용 와이파이 장소를 이용하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우씨는 이투스교육 소속이었으나 2015년 경쟁업체인 스카이에듀로 이적하면 이 회사와 갈등을 빚었다. 이 회사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20억원과 50억원을 지급키로 하고 우씨와 2020년까지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러다 우씨가 2015년 5월 스카이에듀로 옮기자 “전속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경쟁사로 무단 이적했다”며 우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우씨는 "전속 계약 파기의 원인이 이투스교육 쪽에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투스교육이 수강생으로 위장한 블로거를 고용해 홍보성 글을 반복 게재했고, 내 이름을 노출하며 불법 키워드 광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부장 박우종)는 이투스교육의 손을 들어줬다. 우씨에게 “126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우씨의 주장에 대해 “이투스교육이 댓글 아르바이트생을 썼다거나 타 강사를 비방한다는 제보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우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씨는 이에 항소했다. 또 “댓글 알바 정황을 제보하면 10억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이후 이투스교육 직원이 이씨에게 댓글 알바 정황을 보여주는 제보를 하자 우씨가 최근 관련 영상을 올린 것이다.

이투스교육은 이날 "불법 댓글 마케팅을 주도한 임원과 관련 팀장·실무자를 직위해제 했다"고 밝혔다. 이투스교육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관행이란 이름 하에 불법적인 행태가 지속되지 않는지 철저히 살피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사교육업계에서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사교육업계의 한 관계자는 “학원가에서 댓글 알바를 동원해 자사를 홍보하고 타사를 비방하는 식의 홍보 활동이 이뤄진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투스교육에서 내부 고발자가 나온 건 ‘10억원을 주겠다’는 우 강사의 전략이 먹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교육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비단 이투스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업계 역시 ‘교육’의 이름을 내걸고 있는 만큼 교육자로서의 윤리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스교육 '댓글 알바' 파동 일지>

2012, 2014년 이투스교육, 우형철 강사와 2020년까지 전속 계약
2015년 5월 우씨, “이투스교육이 불법 댓글 알바한다”며 스카이에듀로 이적
이투스교육, 우 강사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015년 11월 서울중앙지법, “우씨, 이투스교육에 126억 배상하라” 판결
우씨, 항소심 제기. “댓글 알바에 대해 제보하면 10억원 주겠다” 동영상 공개
2016년 1월 6일 이투스교육 직원 댓글 알바 정황 담긴 자료, 우씨에게 전달
14일 우씨 ‘이투스에 촛불을’이라는 동영상 유튜브 게재
16일 이투스교육, 홈페이지에 신승범 사장 명의의 사과문 게재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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