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한달 평균 3000명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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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사망으로 현대가 진행 중인 금강산관광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어 헌신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해 왔던 구심점이 없어진 데다 현대아산은 자체 힘만으론 정상 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금강산관광 사업의 북측 파트너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4일 금강산관광을 잠정 중단할 뜻을 밝혔다.

금강산관광 중단은 1998년 11월 18일 현대금강호가 출항한 이후 세번째다. 그러나 이번은 99년 민영미씨 억류사건, 지난 4월 사스 (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 등 외부 환경요인에 의한 중단과 달리 금강산 사업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중단 발표는 금강산관광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고 지적한다. 鄭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사정이 좋지 않은 현대아산과 사업을 계속해야 하느냐를 계산 중이란 것이다.

실제로 현대아산은 초기자본금 1천5백억원과 현대상선 등이 출자한 3천억원을 합쳐 4천5백억원의 자본금을 잠식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매월 20억~3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관광객으론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98년 11월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4년8개월 동안 1천94항차에 총 52만9천1백52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현대가 당초 목표했던 연인원 1백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다. 더구나 정부 보조금이 끊긴 지난 1월부터는 사스로 중단된 2개월을 빼더라도 월평균 3천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대아산의 손익분기점은 여행경비 54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평균 10만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적어도 월 1만명의 관광객은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해상관광 1백달러, 육로관광 50달러씩 북측에 제공하는 금액이 경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부보조금 없이는 여행경비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금강산관광의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금강산관광이 남북 경제교류와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만큼 경제 외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30년 동안 금강산을 독점사용하는 대가로 6년3개월 동안 총 9억4천2백만달러(1조2천2백40억원)를 북측에 지불키로 했다. 초기 6개월간은 매월 2천5백만달러씩 지불했다.

그나마 2001년 초에는 1천2백만달러씩 지급해오던 대가를 4개월 가량 송금하지 못했다.

그러자 현대아산과 아태평화위는 2001년 6월 8일 미지급금 2천4백만달러를 관광사업이 활성화될 때까지 합리적으로 지불키로 하고 향후 관광대가는 해로관광은 1인당 1백달러, 육로관광은 50달러에 합의한 바 있다.

2001년 6월 현대아산은 한국관광공사와 금강산관광 참여 합의서를 체결하고 금강산 시설물을 매각하는 형식으로 8백44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로써 현대아산이 금강산에 건설한 문화회관과 온천장은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하게 됐으며 온정각도 관광공사가 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부는 2001년 현대아산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2002년 1월 학생.교원 및 이산가족 관광객에게 정부 보조금을 지급키로 결정하고 지난해 모두 2백16억원을 보조했다. 그럼에도 현대아산의 경영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용수 기자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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