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칠흑속 장대비…무방비 참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기상대의 늑장예보, 예고 없는 댐방류, 야영객의 부주의가 빚은 참사였다.
연휴 한방을 기습한 장대비가 쏟아지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강변과 계곡에서 연휴를 즐기던 야영객과 낚시꾼들이 흙탕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천에서는 수해복구작업에 휴가를 반납했다가 모처럼 가족동반 야유회를 나갔던 화천군청 직원과 가족 20명이 떼죽음을 당했고 포천에서도 처남·매부·사돈간인 일가족 12명이 참변을 당했다.
【화천=김종현·손장환기자】l6일 상오3시30분 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상2리 북한강지류인 화천천(속칭 진두루개울)변 자갈밭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화천군청건설과 김려준씨(32·토목기사보·화천읍하2이4반)와 김씨의 부인 박은모씨(29), 딸 가령양(5)과 아들 봉규군(3)등 일가족 4명을 포함, 군건설과 직원 4명과 가족16명 등 20명이 갑자기 퍼부은 비로 불어난 급류가 야영장을 덮치면서 한꺼번에 떠내려가 김씨만 시체로 발견되고 나머지는 모두 실종됐다.
김씨 등 은 연휴를 맞아 15일 상오11시부터 1박2일 예정으로 「군건설관계 공무원가족야유회」를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야유회에는 김씨 등 공무원 17명과 가족 등 43명이 참가했으나 15일 하오5시쯤부터 비가 내리자 이중8명은 귀가, 사고당시에는 모두 35명이 13개의 텐트를 치고 야영중이었으며 급류가 덮치자 이성원씨(31·군건설과)등 15명은 헤엄쳐 빠져 나와 목숨을 건졌다.
사고가 난 야영장은 평소 화천천변 야산(속칭 송장산)과 이어져 개울안목으로 10m쯤 돌출한 1천 평 크기의 자갈밭으로 16일 상오1시쯤 불어난 물로 야산과 연결된 부분이 잠기기 시작, 섬처럼 고립되었다가 1∼3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1백30여m의 호우로 순식간에 급류에 휩쓸렸다.
이들이 실종되자 16일 상오4시부터 군직원 60여명과 민방위대원·군-경 병력 등 5백 여명이 구조를 위해 현장에 급히 동원됐으나 이미 실종자들은 흔적도 없이 떠내려간 뒤였으며 개울 옆 농지까지 넘친 화천천의 물살이 워낙 센 데다 어두워 접근조차 못하다가 비가 멎기 시작한 상오9시쯤 자갈밭에서 하류쪽으로 1㎞쯤 떨어진 개울가에서 얼굴 등 온몸이 마구 긁히고 물에 불은 김씨의 시체 1구만을 찾아냈다.
이에 앞서 16일 상오2시35분쯤 화천군 하남면 원천2이 춘천호와 접한 원천천 하류물가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차던 김춘기씨(여·44·춘천시 소양노2가63의12) 등 12명의 피서객이 급류에 휩쓸려 김씨 및 김씨와 함께 놀러온 박준우군(5· 춘천시 소양노1가78의야) 등 2뎡\명이 물에 빠져 숨지고 김종돌씨(34·경기도성남시)등 5명이 실종됐다.
또 이날 상오6시30분 화천면농산1리 평화의 댐 진입로 공사장을 봉고차를 몰고 지나던 신우건설소속 운전사 서종완씨(29·인천시 도화동266)가 도로일부가 유실되면서 차와 함께 8m아래 북한강지류로 떨어져 실종됐다.
【포천=김우종·박종권기자】16일 상오2시30분쯤 경기도포천군 과면양암2리 매바위산 앞 영평천 부근에서 야영 하던 구무광씨(46·서울 쌍문3동138의160)등 일가족 12명이 갑가기 불어난 물에 고립된 채 4시간동안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다 2∼4명씩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처남·매부·사돈간인 이들은 15일 하오2시쯤 봉고차편으로 사고지점에 도착, 대형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중 하오2시쯤 폭우로 텐트주변에 40㎝ 가량 물이 차기시작하자 대피를 서둘렀으나 곧 가슴까지 물이 불어나 강가운데 있는 매바위로 올라갔다.
유일한 생존자인 강옥자씨(46·여·서울 월계동508)는 『마침 계곡상류에서 유아용 튜브 1개가 떠 내려와 남편 이재우씨(56)와. 매달려 2.5㎞가량을 떠밀려 내려가다 교각에 몸이 걸려 목숨을 건졌으나 남편은 이순간 튜브를 놓치고 물살에 휩쓸려 갔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