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와 노사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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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분규는 궁극적으로 노사쌍방이 대화를 통해 자율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사리가 이같이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실제로 마주앉아 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하물며 이해관계도 없는, 심지어 불순한 제3자가 노사분규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문제가 풀릴것도 안풀리고 더욱 복잡하게 뒤틀릴게 뻔하다. 정부에서 조차 노사현장에 섣불리 개입함으로써 노사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왜곡만을 초래한 경험을 우리는 많이 기억하고 있다.
요즈음 노사분규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나 노동부 등 전문기관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외부세력이 개입하여 노사분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재야 노동운동단체, 해고 근로자, 종교계 외곽단체 등 외세가 개입하여 근로자들을 선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 외세는 노사분규 현장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으며 기업을 목표로 분규를 야기시키도록 배후 조정도 한다.
일부 기업에서 급진, 좌경외세의 개입을 경계하여 도리어 구사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정부에서 이번 노사분규 사태에 외세개입의 경고를 할 정도여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외세와 노사는 그 목적에 있어서도 일치하지 않는다.
외세의 노사개인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목적 아니면 그 집단의 이해에 목적이 있다. 오늘의 노사분규는 그런 동기와 목적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며,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외세와 근로자가 야합해야할 이유도 없다.
노사문제에서 외세를 경계해야 될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노사분규 사태와 관련, 이헌기노동부장관이 11일 발표한 정부의 담화문중에도 그 의미를 짚어 볼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장관은『불법 노동단체 및 좌경의식화 된 불순세력의 선동개입이 그치지 않고 노사분규가 더욱 확산, 격화됨으로써… 국민 경제에 묵과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오는 상황에까지 이른다면 정부가 나서서 법에 의하여 처리하지 않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노사문제를 자율해결에 맡겨왔던 정부가 사태에 따라서는 급선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화가 진행되는 마당에 노사문제로 민주화에 역행하는 타율질서가 강요되어서는 안되는데 정부는 외세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근로자들은 사태를 분별해야할 것이다.
결국 노사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만의 협상테이블이 필요하고 근로자나 사용자, 정부까지도 이같은 여건조성에 보다 힘써야 된다.
일부 노사분규가 타결된 사례들은 대부분 외세개입을 배격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가능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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