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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레이저포·근력증강 로봇…영화 속 무기들 10년 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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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래형 무기

202X년 어느 날.

무인 수상정·멀티콥터 등 개발 계획
북한이 막을 수 없는 무기 생산 목적
“2025년부터 미래형 무기 등장할 것”

미국·러시아도 첨단무기 개발 경쟁
러, 전투로봇 시리아 내전에 투입
미, 전력망 마비 탄소섬유탄 사용

SF 영화, 실제 무기 개발에 영감 줘
“착용형 근력강화 로봇 발전시키면
아이언맨 만드는 강화수트 나올 것”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한다. 가장 먼저 북한의 소형 무인 정찰기(드론)들이 휴전선을 넘어왔다. 그러나 드론들은 곧 한국군의 고에너지 레이저(HEL) 요격체계에 의해 격추된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장사정포도 이름값을 못했다. 장사정포탄이 한국군 드론의 공격으로 모두 공중폭발했다. 하지만 북한의 레이더 화면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북한이 자랑하는 특수부대 역시 힘을 못 썼다. 그들을 상대한 우리 군 병사들은 특수부대 소속도 아니지만 모두 힘이 장사였다. 40㎏ 가까운 완전군장을 하고도 시속 10㎞로 4시간 이상 뛸 정도다. 근력증강 로봇을 착용한 덕분이다. 결국 북한군은 큰 피해를 입고 퇴각했다.

한국군이 그리는 북한과 미래 전투 상황이다. 적의 드론을 레이저로 격추하는 요격체계, 장사정포를 지능형 드론으로 포격하는 체공형 스텔스 전술타격체계, 갑옷처럼 입으면 사람의 근력을 늘려주는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이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시나리오에 데자뷔를 느낄 수도 있다. 이미 SF영화를 통해 익히 봐왔던 무기들이기 때문이다.

SF영화 속 무기들이 이르면 10년 내에 실제 전투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아직 이런 무기들의 성능은 초보 단계지만 최근 관련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민간과 함께 ‘창조국방’을 추진하고 있다. 창조국방은 쉽게 말하면 군사혁신을 의미한다. 정부 관계자는 “창조국방은 우수한 과학·기술·창의력을 기반으로 북한군이 결코 막을 수 없는 무기체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강인원 박사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러시아 등도 미래형 무기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며 “2025년부터 전투로봇을 비롯한 미래형 무기가 전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최근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년)에서 반군과 제국군 전투기들이 공중전을 벌일 때 쏘는 레이저캐넌(포)을 사례로 들어보자. 영화에서 레이저포는 거대한 우주 전함을 파괴할 만큼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된 현재의 기술 수준은 비교적 가까운 곳의 드론을 떨어뜨릴 정도다. 한국군의 레이저포 개발은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를 비롯한 서울 시가지를 촬영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b>레이저 요격 체계</b> 소형 무인기를 격추하는 무기. 출력을 높이면 북한의 장사정포탄도 막아낼 수 있다. 사진은 미국의 보잉이 드론 요격용으로 개발한 고에너지 레이저 이동형 시현장치(HEL MD). [사진 보잉]

레이저 요격 체계 소형 무인기를 격추하는 무기. 출력을 높이면 북한의 장사정포탄도 막아낼 수 있다. 사진은 미국의 보잉이 드론 요격용으로 개발한 고에너지 레이저 이동형 시현장치(HEL MD). [사진 보잉]

군 당국은 머리를 싸매고 무인기 요격 수단을 찾다가 선진국에서 개발 중인 레이저포에 주목했다. 군은 레이저 요격체계를 발전시키면 북한의 장사정포 포탄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저 출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만큼 ‘스타워즈’ 장면처럼 레이저로 쏘면서 전투를 벌이는 상황도 머지않았다. 한국 공군이 도입 예정인 F-35 스텔스 전투기에 레이저포를 장착하는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미 해군은 스텔스 구축함인 줌월트함에 레이저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군은 보병을 지원하기 위한 로봇도 개발 중이다. 무게 1.5t가량으로 4개의 바퀴가 달린 다목적 무인차량이다. 정찰을 하고, 짐을 나르거나 부상병을 후송하고, 전투를 수행한다. 완벽하게 자율주행의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기술적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은 원격조종을 통해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럴(2016)

스펙트럴(2016)

최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를 활용한 전투로봇도 선보일 전망이다. 영화 ‘스펙트럴’(한국에선 ‘고스트 워’로 2016년 개봉)에 나온 전투로봇과 유사한 것이다. 영화에 등장한 전투로봇은 다목적 무인차량과 달리 6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 영화에서 로봇은 미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적을 향해 기관포를 쏘기도 했다.

<b>다목적 무인차량</b> 정찰을 하고, 짐을 나르거나 부상병을 후송하고, 전투를 수행한다. 사람이 조종할 수 있고, 완전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사진은 이스라엘이 실전배치 한 다목적 무인차량 가디엄. [사진 IDF]

다목적 무인차량 정찰을 하고, 짐을 나르거나 부상병을 후송하고, 전투를 수행한다. 사람이 조종할 수 있고, 완전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사진은 이스라엘이 실전배치 한 다목적 무인차량 가디엄. [사진 IDF]

이런 전투로봇이 실제 전장에서 활용된 적도 있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전투로봇을 투입했다. 사람이 원거리에서 조종하는 전투로봇 10대가 20분 만에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대원 70명을 사살하는 성과를 냈다. 러시아군의 전사자는 없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과 관련해선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년)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 로봇은 일종의 갑옷이다. 로봇의 관절 부위엔 센서와 모터가 달렸다. 이 로봇을 입으면 로봇을 마치 자신의 몸처럼 다룰 수 있다. 그것도 평소 자신의 힘을 몇 배나 늘려서 말이다.

<b>착용형 근력증강 로봇</b> 입는 로봇. 관절 부위엔 센서와 모터가 달려 있어 자신의 몸처럼 움직이면서도 사람의 근력을 늘려 준다. 사진은 록히드 마틴이 연구 중인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인 HULC. [사진 록히드마틴]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입는 로봇. 관절 부위엔 센서와 모터가 달려 있어 자신의 몸처럼 움직이면서도 사람의 근력을 늘려 준다. 사진은 록히드 마틴이 연구 중인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인 HULC. [사진 록히드마틴]

그래서 이 로봇은 ‘강화 외골격(Powered Exsoskeleton)’이라고도 불린다. 군이 개발 중인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의 스펙은 30㎏짜리 군장을 메고 한 시간에 3㎞ 안팎을 행군하거나 70㎏의 무게를 쉽게 들도록 돕는 것이다. 10~20㎏의 포탄을 손으로 옮기면서 늘 허리 통증을 달고 사는 포병들에겐 희소식이다. 강인원 박사는 “착용형 근력강화 로봇을 더 발전시키면 병사를 ‘아이언맨’처럼 만드는 강화슈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우리 군이 개발에 착수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SF영화급 무기들은 꽤 있다.

체공형 스텔스 전술 타격체계와 탄소섬유탄은 북한 미사일을 파괴하는 ‘킬체인’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체공형 스텔스 전술 타격체계의 개념은 이렇다. 모선인 스텔스 무인기가 적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비행하면서 자탄을 발사한다. 자탄은 지능형 드론으로 스스로 표적을 찾아가 자폭한다. 이 체계를 휴전선 근접 남측에 대기시켜 놓고 북한의 도발 징후가 보일 때 바로 투입하겠다는 것이 군의 목표다.

탄소섬유탄은 적의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무기다. 탄두 안에 니켈과 흑연 섬유가 들어 있어 전력망 근처에서 폭발하면 니켈과 흑연이 달라붙어 합선을 일으켜 전력 공급을 차단한다. 미사일로 발전소를 공격할 필요가 없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스마트 폭탄’이나 ‘비살상 무기’로 분류된다. 미국은 이미 1991년 걸프전부터 탄소섬유탄을 사용했다.

우리 군의 개발계획이 성공하면 앞으로 공중과 해상 정찰은 미니 드론과 무인 수상정이 수행할 것이다. 사진은 미니 드론 RQ-16(왼쪽)과 무인 수상정 CUSV. [사진 미 육군·해군]

우리 군의 개발계획이 성공하면 앞으로 공중과 해상 정찰은 미니 드론과 무인 수상정이 수행할 것이다. 사진은 미니 드론 RQ-16(왼쪽)과 무인 수상정 CUSV. [사진 미 육군·해군]

해상에선 현재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USV)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바다를 24시간 떠다니면서 북한의 해상 도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또 육군이 보유할 초소형 멀티콥터는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정찰을 수행할 수 있다. 군은 장차 무인수상정을 전투함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스라엘 등은 이미 기관포를 장착한 무인수상정을 실전배치했다.

초소형 멀티콥터와 같은 미니 드론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추세다.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하고 있는 미니 드론은 모기만 하다. 이렇게 작은 드론들이 무리를 지어 날게 해 적진에 침투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군이 왜 미래형 무기 개발에 열심일까. 군 관계자는 “적보다 우수한 무기의 보유가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인류의 전쟁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SF영화가 실제로 무기 개발에 영감을 불어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S BOX] 인공지능·빅데이터 활용, 지휘관 돕는 시스템도 개발키로

최근까지 군에서는 ICBM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뜻하는 영어(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만 생각했다. 북한의 위협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ICBM이 원래의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군 간부라면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의 합성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군 문서에도 종종 등장하는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은 보수적이고 변화를 꺼리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군은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복지비가 늘고, 상대적으로 국방비는 줄어들 것이다. 군도 이에 맞게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군은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3D 프린터로 구하기 힘든 부품을 제조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에는 훈련병에게 웨어러블 센서를 보급해 건강과 훈련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도입에도 나섰다. 유사시 지휘관의 결정에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파멸 위기로 몰아넣은 인공지능인 ‘스카이넷’까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전투로봇 ‘T-800’이 실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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