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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

중앙일보

입력

유럽의 대표적 지성인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9일(현지시간) 영국 리즈에서 타계했다. 91세.

바우만의 연인이자 폴란드 사회학자인 알렉산드라 카니아는 이날 폴란드 최대 일간인 가제타 비보르차(Gazeta Wyborcza)를 통해 "그가 가족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5년 폴란드 서부 도시 포즈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바우만은 근대성(modernity)과 현대사회에 대해 연구했다. 폴란드 국가기억협회(IPN) 자료에 따르면 바우만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당시 공산주의자였고, 1945년부터 1953년까지 폴란드 공산주의 군사정권 정보기구에 협력했다. 이어 1954년 바르샤바 대학 교수에 부임해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쳤다.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1968년 폴란드 공산당의 반유대정책에 의해 교수직과 국적을 박탈당했고, 이스라엘로 건너갔다. 3년 후 바우만은 1971년부터 영국 리즈대학 사회학 교수에 부임해 1990년 은퇴했다.

바우만은 15개 언어에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2년 사회학 부문 유럽 아말피 상에 이어 1998년 아도르노 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액체근대』『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인간의 조건』『현대성과 홀로코스트』등 그의 저서 20여권이 번역 출간됐다.

그는 작가 자니아 바우만과 결혼해 세 딸을 뒀으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연인 카니아와 함께 지냈다.

임선영 기자 lim.s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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