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보청기 11만원에 내놓는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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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당신들이 선보인 제품이 실제로 나온다면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올리브유니온 송명근 대표
불필요한 기능 없애고 디자인 개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 가능
7월돼야 배송하는데 벌써 화제
미국서 30만 달러 크라우드펀딩도

지난해 12월 초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 올라온 글이다.

제품은 2016년 7월 설립된 한국 스타트업 올리브유니온이 만든 ‘올리브’라는 이름의 스마트 보청기였다. 1월 7일 기준으로 펀딩 금액은 목표액 2만 달러(약 2300만원)를 훌쩍 넘어선 30만1300달러(약 3억6000만원)를 기록했다. 미국, 영국 등의 소비자 3240여 명이 이 제품을 구입했다.

송명근(30·사진)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제품 출시에 앞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알아보려고 크라우드펀딩에 올렸는데 이렇게 주목받을지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오는 7월부터 제품을 배송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시판되지도 않은 이 보청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보청기 가격이 100달러(약 11만원)에 불과하다. 국내외 보청기 가격은 보통 100만원을 넘는다.

어떻게 10만원대 보청기가 나올 수 있을까. 송 대표는 “보청기 시장에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청기의 주요 부품은 앰프, 스피커, 배터리, 마이크로폰, DSP(Digital Signal Processor·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꿔준 후 다시 음성신호를 보내주는 장치) 등으로 이뤄진다.

송 대표는 10만원대 가격에 맞추기 위해 보청기의 크기를 줄이거나 충전식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은 포기했다.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올리브 보청기

올리브 보청기

올리브 보청기 무게는 7.2g, 크기는 2.2X1.9X2.3㎝다. 여느 제품과 달리 올리브 보청기는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제품의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 불필요한 비용은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보청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올리브 보청기를 착용하면 보청기인지 이어폰인지 구분을 하기 어렵다. 세련된 디자인 덕분이다.

그는 “우리가 내세우는 혁신은 스마트폰과 보청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던 시도다. 보청기를 구입하고 착용하는 데 보통 1개월이 걸린다. 매장에 가서 귀 모양에 맞게 본을 뜨고 조립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청력검사와 어떤 주파수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파악하고 보청기 주파수를 세팅해야 한다.

올리브유니온이 준비 중인 앱을 이용하면 청력검사를 하고 사용자에 필요한 보청기 주파수를 바로 세팅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재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보청기를 자신에 맞게 세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보통 청력검사는 외부 소음이 없는 곳에서 진행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청력검사를 하면 외부 소음이 유입된다.

그는 “우리 제품을 구매한 이들은 사용 데이터를 우리에게 보내게 된다. 이런 데이터들이 쌓이면 일반 공간에서 청력 검사를 하거나 보청기 주파수를 맞추는 게 갈수록 정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과정을 밟다가 중퇴하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가 이번 주 발행한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월 16일자(1368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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