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학생 뽑으려 '난해한 문제'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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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주요 대학들의 2008학년도 입시안 발표 이후 학원가에는 '논술 열풍'이 불었다. 대학들이 새 대입제도 시행과 함께 논술고사의 비중을 크게 늘린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6일 서울대 논술고사를 끝으로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논술고사가 마무리됐다. 나머지 대학들도 벌써 논술고사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데 논술이 바람직한 수단이라는 것엔 교육계에 상당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많다. 사고력 중심의 교육으로 공교육을 유도하는 측면보다 초등논술시장까지 들썩이는 등 사교육 시장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사이에서도 "어려운 논술 출제로 인해 중.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이는 '횡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시 모집을 앞두고 강남 학원가에서는 시간당 수십만원짜리 논술 과외가 등장할 정도다.

교육계에서는 논술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면서도 대학 신입생 선발수단으로 안착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 "대학 출제 내용 바뀌어야"=지난해 말 서울대 2008학년도 논술 예시안이 발표됐을 때 논술 자체를 부정하는 학부모 단체 등의 반발을 제외하고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교과서 지문을 많이 인용하는 등 학교 교육의 기본틀에서 출제하겠다는 취지를 살렸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영정(철학과) 교수는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은 각 교과에 대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능력을 갖춰 깊고 넓게 생각하게 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게 하려는 것으로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다"며 "대학들이 교과서, 학교 교육 수준에서 논술 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서도 암기 위주가 아니라 사고력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또 정부가 '3불(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으로 대학 입시를 규제할 게 아니라 논술 문제도 대학 자율에 맡겨 출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고교 교육 방식도 전환 필요"=학교에서 효율적인 논술 교육을 위해 수준별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술지도 담당교사인 부산 개금고 서진관 교사는 "학교에서의 논술 교육은 결국 사회.과학 등 교과서 내용에 대한 심층지도를 통해 실시돼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다양한 수준의 학생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는 어려운 만큼 늦어도 2학년 때부터는 수준별 지도를 통한 논술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가 과거 '동물농장'에서 논술을 출제했다고 모든 학생이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책을 읽더라도 비판적인 사고를 하면서 읽게 하는 독서 지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대학과 고교 간 협조 긴요"=성균관대 학부대학에는 요즘 전국에서 모인 37명의 고교 논술지도교사가 하루 6시간씩 '논술 교육'을 받고 있다. 5일부터 18일까지 일정으로 학부대학에서 논술에 정통한 교수들로부터 ▶논술이란 무엇인가▶논술은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등의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듣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앞으로 방학 때마다 이런 식의 논술 특강을 마련할 계획이다.

손동현 학부대학장은 "논술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면서 바람직한 학생 선발수단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고교 논술 담당교사 간 교류가 필요하다"며 "대학이 치르는 논술에 대한 이해와 지도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나가면서 고교에서의 논술 지도가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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