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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관광 경쟁력 29위 한국, 인프라 투자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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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연간 3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기록하며 천혜의 휴양지에 유서 깊은 왕국 역사를 지닌 태국. 그리고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지만 외국인 관광객 연간 1500만 명 수준인 싱가포르. 둘 중 어느 나라의 관광 경쟁력이 높을까?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2015년 기준 관광 경쟁력을 평가한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태국이 35위, 싱가포르가 11위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 제아무리 관광자원이 훌륭해도 그것을 적절히 산업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29위다. 일본(9위)·홍콩(13위)·중국(17위) 등 주변국들과 비교해볼 때 아직 가야 할 길이 꽤 멀다. 특히 ‘관광서비스 인프라(70위)’ ‘관광정책 우선 순위(71위)’,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 예산(93위)’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관광이 정책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 필수 인프라를 갖출 예산이 체계적으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국가경제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지방의 관광산업 활성화는 필수다. 이를 위해선 전략적인 투자에 의한 인프라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 이른바 5대 관광접점(교통·숙박·음식·쇼핑·안내)은 물론이고, 공연·축제·전시 등을 위한 인프라 또한 중요하다. 아울러 한국인들이 불편 없이 국내 관광에 널리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과 휴가 같은 제도를 개선하는 과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관광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 제고는 물론, 국민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미 198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관광 인프라 구축을 시작한 일본은 외래 관광객 2000만 명을 이미 넘어선 가운데 ‘지방창생(蒼生)’, ‘광역관광 주유(周遊)루트’ 사업 등 국민의 국내관광 기반을 꾸준히 확대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上海) 디즈니랜드를 개장한 중국은 최대 부동산·종합엔터테인먼트그룹인 완다가 디즈니와 경쟁하고자 테마파크인 완다시티 15~20개를 중국 내에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장기 저성장시대에 자국 내 관광과 소비로 이어지게 될 것임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반면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으로 쓰는 돈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관광수지 적자폭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다.

관광 선진국이란 관광 산업이 그 나라 경제 선순환의 주요한 기반이 되는 총체적인 환경, 즉 ‘관광 생태계’가 잘 갖춰진 나라다. 나아가서는 모든 국민이 관광을 통해 삶의 만족을 높이는 나라다. 정부가 내수시장 활성화의 총아인 관광을 미래 산업으로서 적극 육성하고자 한다면 가장 시급한 건 관광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투자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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