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지역 특성 맞는 쓰레기 종량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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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종량제 시행은 '일부 추진상의 문제점'만 제외하면 매우 성공적이었고, 국민도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필자도 근래 환경부의 폐기물 관리정책 중에서 보기 드문 큰 성과라고 인정한다. 다만 숫자 위주의 전시성 성과를 보여주는 데 치우쳐 쓰레기 감량화 의식의 향상이나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정착, 배출자 부담원칙에 의한 수수료의 차등 부과 개념 정착 등 국민의 공공의식 수준 향상을 나타내는 지표를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국민 참여 없이는 종량제가 절대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량제는 현재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고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시행 방법에 있어 선진국들은 지자체 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정부가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행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방의 특성과 실정에 맞게 충분한 주민 합의를 거쳐 시행방법과 도입시기를 정했다. 우리나라 종량제의 많은 문제점은 이를 간과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인구규모.지역특성.산업구조.재정.도시화 정도.주거형태.폐기물 기반시설 등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시행한 것은 몸과 계절, 용도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것과 같았다.

물론 도입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지방자치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최근에는 지역의 여건을 감안해 각 지자체들이 세부 시행방법을 결정토록 하고는 있지만 시행원칙 면에서도 지자체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참여도는 이미 어느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향상돼 가고 있는 데 비해 지자체나 국가의 행정통계, 분석.평가 자료는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폐기물에 관한 국가통계는 아직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 이를 대외적으로 활용할 때 잘 가려서 사용해야 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가 쓰레기 감량효과다. 지역 특성에 따라 감량효과가 전혀 없는 지자체부터 50% 가까이 감량된 지역까지 차이가 매우 크다. 즉 종량제를 시행한다고 반드시 큰 감량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자체 통계자료 검증과 더불어 지역 특성별로 감량효과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감량효과의 지속성이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적 효과인지에 대한 분석이 지자체별로 필요하다. 수수료가 비싸면 지속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므로 봉투가격과 감량효과의 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로 줄어든 양의 행방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정부자료에 의하면 배출감량분이 모두 재활용 증가분으로 이전된 것으로밖엔 판단할 수 없으나 해외의 많은 연구에서는 그런 경우는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분류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는 불과 6%만이 재활용 증가분으로 이전되었다고 분석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경우 불법 투기나 불법 소각 등 행방을 찾을 수 없는 비율이 재활용 기여율보다 훨씬 크게 조사됐다. 감량분의 행방은 지자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종량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신고포상제 이외에 불법 투기와 불법 소각의 자발적 근절, 청소행정 서비스질의 향상, 비용부담의 공평성, 지역공동체 의식 회복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10년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치밀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이동훈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