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치 건너뛰고 대사소환 초강수…정부 "매우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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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5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일시귀국 조치한 데 대해 정부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본의 각의 결정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부는 양국 간에 문제가 있더라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측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를 일시귀국시키겠다고 밝혔다. 통상 양국 간 외교적으로 유감스러운 사안이 발생할 경우 주재국 정부가 대사 등 해당국 외교사절 중 책임자를 불러 항의하는 초치(招致)를 하곤 한다.

그런데 초치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것은 예상 밖의 강경한 조치란 게 정부 반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굉장히 임팩트 있는 조치로, 우리도 이정도 수준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일본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령하고 있다며 역사를 왜곡하는 주장을 펼치자 정부는 권철현 당시 주일 대사를 일시귀국조치했다.

도쿄에서 각의결정이 있었다면 워싱턴에선 고위급의 직접적 철거 요청이 이뤄졌다. 5일 한·미·일 차관협의에 앞서 열린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 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차관회담에서다.

스기야마 사무차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임 차관에게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 1시간 대부분을 소녀상 문제에 할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의 착실한 이행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히고 소녀상이란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외교부는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禮讓)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와 해당 지자체·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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