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사막의 신기루 같은 낙관이 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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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1국> ●·판윈러 5단 ○·신진서 6단

18보(225~253)=어쩌면 신진서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낙관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큰 차이가 아닌데도 상변을 틀어막을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고 중앙 흑 한 점을 끊어 잡았다. 흔히 프로들이 앞서 있을 때 끝내기를 두텁게 처리하는 태도인데, 정말 신진서는 앞서 있었던 걸까. 근거는 있다. 우상귀 49가 떨어질 때까지 국가대표 검토진마저 백의 반집승을 예상하고 있었다. 신진서의 수읽기도 거기까지 닿아있었다면 중앙을 두텁게 처리하는 반집승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순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하 쪽 29, 30 때 32의 곳을 흑이 끊는 패가 있다. 흑이 불리하면 결행할 수 있는 패다. 백이 먼저 따내게 되므로 흑▲가 몽땅 단수에 걸리는데, 백△의 곳에 흑의 돌이 있다면 이곳에서 팻감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흑은, 팻감 하나만 있으면 상황을 뒤엎을 수 있다.

신진서는 일찌감치 ‘중앙을 두텁게 끊어 잡는 것으로 반집승’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상귀 49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49는 백이 두 수를 더 놓게 하는 숨은 끝내기의 효과가 있다. 50, 52의 옥쇄(玉碎)로 바둑이 끝났지만 계속 둔다면 ‘참고도’ 1, 2 중 하나의 진행으로 백이 두 수를 더 보강해야 한다. 결국 바둑은 흑의 반집승으로 끝(백a는 팻감 부족으로 안 된다)이 나게 된다. 253수 끝 흑 불계승.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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