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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중저음 이 목소리, 다들 들어보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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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TV·라디오 100여 편의 광고에서 인상적인 내레이션을 선보인 성우 정형석씨. 그는 “녹음을 시작하기 전부터 광고의 콘셉트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고, 자연스레 표정 연기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TV·라디오 100여 편의 광고에서 인상적인 내레이션을 선보인 성우 정형석씨. 그는 “녹음을 시작하기 전부터 광고의 콘셉트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고, 자연스레 표정 연기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성우 정형석(42)씨는 냉장고·자동차·면도기·커피·의류·치킨 등 숱한 방송 광고에 등장한 중저음의 목소리 주인공이다.

광고 내레이션 스타 정형석씨
연극배우 거쳐 이젠 성우 프리랜서
5년간 광고 100여 편 목소리 출연
“제 목소리에 마음 따뜻해졌으면”

최근 5년 동안 TV·라디오 광고 100여 편의 내레이션을 했다. “김치는 시간이 만드는 작품”(삼성 지펠아삭) “얇다. 치킨을 시켰는데 튀김옷이 오면 안 되니까”(교촌치킨) 등의 내레이션이 그의 목소리다. 그는 MBN 다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내레이터를 5년째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씨는 “중2 때부터 이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어렸을 땐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굵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제가 입을 열면 친구들이 ‘느끼하다’고 놀리곤 했죠.”(웃음)

그의 꿈은 원래 가수였다. 하지만 고음이 안 올라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배우의 길을 택했다. 1996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한 그는 연극 배우로 활동했고, 2000년부터 5년간 뮤지컬 ‘난타’에 출연했다.

“매력적이라 칭찬받는 목소리를 갖고도 아이러니하게 말 한마디 안 하는 공연(난타)을 한 거죠.”

그는 목소리만으로 오롯이 감정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어 2006년 KBS 성우가 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연령에 맞는 젊은 주인공보다는 주로 중장년의 조·단역 더빙이 주어졌다. 목소리가 중저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중장년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리딩이 서툴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9년 프리랜서 성우로 전향한 이후엔 1년 동안 일거리가 거의 없었다. 같은 해 그는 성우 박지윤(39)씨와 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안나 목소리를 연기했던 박씨는 2013년 작고한 배우 박용식씨의 딸이다.

내레이션에 매력을 느낀 그는 다양한 내레이션 대본을 구해 읽고 또 읽으면서 소리·억양 등을 연구했다. “작가·연출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를 이해하고, 단어·음절마다 진심을 담으려 노력하면서 비로소 내레이션의 참맛을 알게 됐죠.”

그는 2010년 KBS ‘감성다큐 미지수’의 내레이션을 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뢰감을 주고 영상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목소리에 광고계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현대자동차, 매일유업 바리스타, 유니클로, 질레트, 대한항공 등의 광고에 목소리 출연했다. 하루에 8~9건의 광고 내레이션을 녹음한 적도 있다. 그는 “술과 담배도 하고, 수다도 잘 떤다”며 특별히 목 관리를 하진 않는다고 했다.

“다큐는 감정의 강약 조절이 중요하고, 광고는 순간에 모든 걸 쏟아내야 해요. 자동차 광고 녹음을 할 때는 목소리에 카리스마를 담기 위해 녹음 들어가기 전부터 인상을 팍 쓰고 있죠.”

그는 2015년 3월부터 라디오 DJ로도 나서 EBS 라디오 ‘책처럼 음악처럼, 정형석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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