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재능의 힘(知力), 관록의 힘(智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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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1국> ●·판윈러 5단 ○·신진서 6단

17보(201~225)=인간의 지력(知力)은 어느 때가 절정일까. 프로바둑에서는 20대 초반을 지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로 본다. 바둑계에서도 바둑 훈련이 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20대를 지력 최고조의 시기로 보는 까닭은, 대부분의 정상급 프로들이 이 나이 때에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를 거쳐 30대를 훌쩍 넘어선 프로들은 더 이상 정상의 승부가 불가능해지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개인의 편차가 존재하지만 30대를 넘어서면 타고난 능력보다 공부의 지속성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변화하는 능력이 지력(智力)이다. 30대 중반을 향한 이세돌이 20대 초반의 프로 정상들과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도록 버텨주는 힘. 흔히, 관록이나 연륜이라고 부르는 그 힘으로 노장의 선수들이 타이틀을 방어하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것이다.

전장(戰場)은 반집의 공방으로 종반을 달려가는데 수순 중 중앙 흑 한 점을 끊은 12가 패착. 이 수로는 ‘참고도’처럼 1로 상변을 틀어막아야 했다. 차후 좌변 백b로 빠져 백c를 선수하는 끝내기를 감안해도 상변이 더 컸다. 이 장면에서 신진서에게 필요한 건 번득이는 재능(知力)이 아니라 한 호흡 늦춰 전국을 살피는 관록(智力)이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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