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구속자 가족의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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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 삼오 민정당 귀빈식당에는 6·29이전에는 생각할수 없었던 손님들이 와 있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등 구속자 가족 대표 14명이 여태우대표의원을 면담하는 자리였다.
여대표가 들어와 『제가 대표위원입니다』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세번깨 가족이 얘기를 들은 다음 악수를 하겠다고 사양, 악수는 거기서 끝났다. 어려운 장소임을 실감케했다.
이들은 『유신이래의 정치범이 전원 석방돼야 한다』고 말하면서『강기수를 제외한 석방으로눈 대화합이 안되며 부분 소화로 인해 남은 불씨로 더 큰불이 일어날지 모른다』 고 했다.
노대표는 6·29선언의 배경과 『자식을 가진 마찬가지의 어버이로서의 심경』을 토로했다.
가족들은 노대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마디 한마디를 메모했다.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해 마이크가 설치됐다.
노대표는 「푸는 사랍」이나 「풀리는 사람」,그리고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국민과 국가 앞에 겸허해야하며, 기다리며 대화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고 강조하면서 구체적대화는 배석한 율사출신 의원과 해달라며 일어섰다.
가족들이 『문턱 높은 민정당에 겨우 왔는데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미대사관 독립기념일 리셉션에 참석키로 돼있는 여대표는 『나 자신 혼잣몸이 아니다』 며 양해를 구한뒤 자리를 떴다.
그러나 가족들은 배석의원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그 순간부터 『군부독재 타도』 『우리가족은 간첩이 아니다』『자기들이 조작해놓고 어떻게 선별석방하느냐』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준비해온 서약서에 노대표의 서명을 바랐으나 민정당측은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민정당측의 김영정의원이 봉변 할 뻔한 일도 있었고, 취재 기자에게 소속사를 묻고 감정을 보이는 장면도 나왔다.
결국 이날의 광경은 민정당과 이들과의 거리가 얼마나 먼가를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며 이들간의 먼 거리가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서려는 민주화를 향한 여야간의 큰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 했다. 아울러 이제 다시「한」을 만드는 정치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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