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잘읽었다" 노대표 시국수습안 발표하던 날 시민들 기대와 흥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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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론양분의 시국갈등에 마침내 돌파구가 열렸다.
「6·10 대회」후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드러난「민의」를 민정당이 수렴해 직선제로의 합의개헌, 선거법개정, 사면·복권, 언론자유건의등 수습안을 제시하자 각계 시민들은『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야 사태를 바로 본 것 같다』며 안도와 기쁨으로 모처럼 활짝얼굴을 펴는 모습들이었다.
학생·시민들은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의 8가지 시국수습방안이 TV를 통해 발표되자 방학중인 캠퍼스·직장·거리에서 일손과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다 그 내용이 예상밖으로 획기적인데 너나없이 환호성을 올리며 쌓였던 울분을 희망과 기대로 바꾸는 표정들이었다.
시민들은『이제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 승리하는 평화적 민주개혁을 실천,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최루탄·투석·화염병 공방전이 사라져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선진사회가 이룩돼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더이상 일방적인 억지가 강요돼 국민과 사회의 창의·활력을 틀어 막는 비극은 없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6·10」대회후 보름째 가두시위를 벌여온 학생들은 시국수습안이 발표되자 서울시내 주요대학에서 방학중인데도 밝은 표정으로 가벼운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며 캠퍼스 곳곳에서 발표내 용을 서로 알려주며 앞으로의 정국방향을 가늠해 보는등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대학가=서울대 교직원들은『민정당이 과감히 민의를 수렴, 신속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동안 대학가를 휩쓸었던 시위열풍이 가라 앉을 것으로 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학생들은 교정과 학과 사무실등에 모여 앉아 민정당에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된 의도가 무엇인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갑작스런 발표에 놀라면서『그동안 버텨오던 민정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게된 것은 학생·시민들의 대대적인 민주화 요구와 시대적인 흐름에 밀려 어쩔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대학생들은 도서관복도·강의실·학생회관등지에 모여 『화끈하다』 『예상 밖이다』 『놀랍다』는 등의 반응과 함께 직선제가 되면 차기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저마다의 견해를 털어놓았다.
학생들은 또『이번에 야말로 민주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어야한다』며 『이한열학우등 민주화를 외치며 쓰러져간 학생들의 희생이 결실을 맺게 된것이 기쁘다』고 했다.
고대총학생회는 측각적인 반응을 유보하고 이날 상오 10시부터 총학생회사무실에서 민정당발표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으며 도서관에 나온 6천여 학생들도 휴게실등에서 라디오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의견을 나누었다.
고대 박만장기획처장은 『민정당이 뒤늦게나마 민의를 수렴,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김대중씨를사면·복권키로 한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져 학생들이 시위를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야단체=재야단체와 인권단체들이 모여있는 서울연지동 기독교회관은 사무실마다 라디오·TV등을 통해 발표내용을 들은 뒤 모두 흥분된 분위기속에서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논의하느라 분주한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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