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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대형사고 부를 기내 난동 이번엔 끝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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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함종선 기자 중앙일보 건설부동산선임기자
함종선 사회1부 기자

함종선
사회1부 기자

최근 발생한 임모씨의 기내 만취 난동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이 엊그제 기내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이 중에는 블랙리스트(문제 고객 명단)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명단에 오른 고객 중 특히 문제가 심한 고객에 대해선 아예 탑승을 거절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고객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임씨의 예약 2건을 거절했다고 한다. 게다가 남자 승무원을 확충하고 기내에서 테이저 건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조치다. 사실 그동안 항공사들은 기내 난동 사건이 생길 때마다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피해자’ 행세를 해왔던 게 사실이다. 자신들은 피해자이고 사법 당국의 대응과 처벌이 미약해 기내 난동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불만만 토로해왔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임모씨가 난동을 부리자 승무원이 힘겹게 제지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대한항공 기내에서 임모씨가 난동을 부리자 승무원이 힘겹게 제지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외국 사례 등과 비교해보면 우리 항공사들의 대처가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분명 문제가 있는 승객임에도 탑승을 거절하거나, 혹은 탑승은 허용하더라도 술 제공을 금지한다는 등의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 또 서비스만을 앞세워 남자 승무원보다는 여자 승무원만 더 충원했다. 그러다보니 초동 단계에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기내 난동에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대한항공이 대폭 강화된 기내 안전대책을 내세운 만큼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대응체계를 점검해보고 보완할 점들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한두 항공사만의 노력으로 기내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법 당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동안 기내 난동자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 법원의 대응은 ‘솜방망이’에 그쳐왔다. 기내에서 술 취해 난동을 부려도 일반 술집에서 난동 부린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게 대해온 것이다. 그러나 기내 난동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 자칫 비행안전을 해치고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는 극히 위험한 행동이다. 따라서 사법 당국에선 이런 경각심을 가지고 기내 난동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차제에 기내 난동자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20년 이상의 징역형, 심지어는 종신형까지도 가능하도록 법 규정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

비행기는 사고비율 등을 따지면 무척 안전한 교통수단이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선 작은 돌발변수에도 안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내 난동이 한 예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공사와 사법 당국이 힘을 합쳐 이번엔 정말로 기내 난동을 근절해주길 촉구한다.

함종선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