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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로그원:스타워즈 스토리 vs 블루벨벳

중앙일보

입력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

원제 Rogue One:A Star Wars Story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펠리시티 존스, 디에고 루나, 견자단, 벤 멘델슨
제작 캐슬린 케네디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특수효과 존 크놀 음악 마이클 지아치노 장르 SF, 판타지
상영 시간 13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2월 28일

줄거리 은하 제국 수용소에 수감된 의문의 여성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는 반란군에 의해 구출된다. 진은 반란군을 도와, 어릴 적 제국군에게 납치된 아버지 겔런(매즈 미켈슨)이 개발한 최종 병기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다.

별점 ★★★★ 전설적 시리즈의 일부로 참여하는 것, 그것도 그 전사(前史)를 그리는 일은 시리즈 팬에게 기대 못지않게 우려를 자아내기 쉽다. ‘스타워즈’ 시리즈(1977~)의 첫 번째 스핀오프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는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는다. 시리즈 첫 편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1977, 조지 루카스 감독, 이하 ‘새로운 희망’)에 등장한 최종 병기 ‘데스 스타’의 이야기를 토대로, ‘로그 원’은 판타지 활극 성향이 강했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현실 세계에 가까운 묘사로 리얼하게 변주했다. 모래 먼지에 찌든 스톰트루퍼 병사들, 제국군 수뇌부 내의 권력 투쟁 등에 대한 묘사의 디테일이 생생하다. 코미디·액션·드라마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진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세계관은 한층 어두워졌다.

스토리는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을 챙겨 보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이다. 팬이 아닌 일반 관객도 크게 반길 만한 부분이다. 팬 서비스도 확실하게 챙겼다. 얼데란·야빈4처럼 ‘새로운 희망’에 등장했던 행성은 물론, 타이 파이터·X-윙·AT-AT 등 ‘스타워즈’ 시리즈의 상징적인 전투 장비들이 등장해 각축전을 벌인다. 까칠한 드로이드 K-2SO(알란 터딕·목소리 출연), 신형 전투기 U-윙 등 새로운 볼거리도 많다. 짧은 출연에도 엄청난 위용을 발휘하는 전설적 악당, 다스 베이더(제임스 얼 존스·목소리 출연)의 재등장은 시리즈 팬들에게 전율을 안길 만하다.

단조로운 스토리에 몰입감을 부여하는 것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제임스 마시 감독)으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펠리시티 존스는 도도한 매력으로 극을 안정감 있게 리드한다. 포레스트 휘태커, 매즈 미켈슨 등 연기파 배우들 역시 무게감을 더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룩했던 VFX(Visual FX·시각 특수효과) 업체 ILM의 성취도 뛰어나다. 그들의 기술적 노하우가 총집합된, 후반부의 대규모 전투 장면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현란하고 무게감 있는 액션을 펼쳐 보인다.

정규 시리즈보다 적은 예산에도 불구, ‘로그 원’은 전통에서 얻은 모티브를 새롭게 변주한다. 기존 팬과 신규 관객을 동시에 아우르며 배짱 좋게 ‘스타워즈 유니버스’를 확장해 가는 솜씨가 놀랍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희망’이, 지금 막 청신호를 켰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블루 벨벳

감독 데이비드 린치 출연 카일 맥라클란, 이사벨라 로셀리니, 데니스 호퍼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상영 시간 120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2월 29일

줄거리 미국에 위치한 작은 마을 룸버튼의 청년 제프리(카일 맥라클란)는 잔디 위에서 잘린 귀를 발견한다. 용의자는 마을 클럽의 여성 가수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 제프리는 호기심에 도로시의 아파트에 숨어든다.

별점 ★★★★☆ 1986년 제작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대표작. 강렬한 원색이 활용된 그로테스크한 영상에 인간 내면의 욕망을 담아냈던 20세기 대표적 작가주의 감독이다. 그의 4번째 장편 극영화 ‘블루 벨벳’은 그가 기획·연출을 맡은 TV 드라마 ‘트윈픽스’(1990~1991, ABC),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등과 더불어 린치 감독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다. 극 중 룸버튼은 밝고 평화로운 동네지만 어색하고 인위적인 인형극 무대처럼 그려진다. 이곳에서 제프리는 잘린 귀를 발견하고, 카메라는 이를 과도하게 클로즈업한다. 표면이 조금 썩은 듯 기괴하고 징그러운 형상. 이건 제프리가 룸버튼의 잔잔한 풍경 이면에 숨겨진 본능과 욕망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제프리는 도로시의 아파트에서 프랭크(데니스 호퍼)가 도로시를 겁탈하려는 것을 목격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자, 린치 감독 작품의 특징인 정신분석학적 알레고리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엄마, 아가는 섹스하고 싶어” “아빠가 오고 있어”라는 말을 반복하는 프랭크는 온전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들이 아버지에게 적대적이며, 어머니에게 무의식적으로 성(性)적 애착을 갖는 감정)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보인다. 벽장에 숨어 도로시와 프랭크를 지켜보는 제프리는 마치 부모님의 성애를 처음 본 아이처럼 그려진다. 그날 이후 그는 난생처음 본 끔찍한 광경에 괴로워하고, 도로시와 프랭크의 세계에 더 깊숙이 들어선다. 이렇듯 ‘블루 벨벳’은 범죄 누아르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뒤틀린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을 탐구하는 영화다. 두렵고 징그럽지만, 온 정신을 앗아가는 욕망. 그건 성과 폭력을 향한 욕망이다. 린치 감독의 영화가 놀라운 것은, 올드팝 ‘블루 벨벳(Blue Velvet)’ ‘인 드림스(In Dreams)’ 등 주옥같은 음악과 흡인력 높은 미스터리한 이야기, 놀라운 미장센으로 풀어내는 솜씨다. 몇 번을 다시 봐도 해석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읽고 해석해야’ 할 만큼 결이 풍부한 영화라는 이야기다. 시대를 관통한 예술로써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기회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랑은 부엉부엉

감독 람지 베디아 출연 람지 베디아, 엘로디 부셰즈, 루시 로리에
장르 코미디, 로맨스 상영 시간 8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2월 29일

줄거리 어딜 가든 ‘없는 사람’ 취급당하는 로키(람지 베디아). 어느 날 그의 집에 난데없이 수리부엉이가 들어오자, 로키는 부엉이 탈을 쓰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는 판다 탈을 쓴 여자(엘로디 부셰즈)와 마주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별점 ★★★ ‘직장 동료와 이웃들에게 늘 무시당하는 주인공이 부엉이 탈을 쓰고 서서히 존재감을 회복해 나간다’는 설정을 귀엽게 펼쳐 보인다. 길을 걸을 때조차 마주 오는 사람들과 부딪칠까 노심초사하는 등 로키의 소심한 성격을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하는 연기나, 부엉이 탈을 쓴 로키가 판다 탈을 쓴 여자와 데이트하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그에 비하면 이야기의 정교함은 떨어지는 편이다. 로키가 존재감을 회복하기까지의 과정과 판다 탈을 쓴 여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이 덜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루돌프와 많이있어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사카키바라 모토노리 목소리 출연 김율, 신용우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89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2월 28일

줄거리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의 작은 도시 기후에서 주인 리에(김가령)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아기 고양이 루돌프(김율). 심부름 간 리에를 몰래 쫓아가려다 그만, 집에서 388㎞나 떨어진 낯선 도쿄에서 미아가 되고 만다.

별점 ★★★ 소중한 반려묘가 실수로 집을 나가 1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면? 인간 ‘집사’들에게는 상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루돌프와 많이있어’는 이 아찔한 사연을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동화는 1986년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만 지금껏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기 고양이 루돌프와 사고로 도쿄까지 와 버린 그를 터프하게 챙겨 주는 길고양이 ‘많이있어’(신용우). 두 외톨이 고양이가 가족처럼 의지하는 1년간의 성장담이 시시콜콜한 웃음과 함께 어우러진다.

‘많이있어’는 말 그대로 이름이 많아서 생긴 별명. 동네를 부지런히 쏘다니며 먹이를 얻어먹는, 호랑이를 닮은 이 길고양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다르다. 원작자 사이토 히로시가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키워 본 ‘집사’이기 때문일까. 1년 새 몰라보게 자라는 루돌프의 성장 속도 등 고양이의 습성·몸놀림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와 ‘고양이가 일본어·영어를 읽고 쓸 줄 안다’는 만화적 설정은 예외다. 루돌프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이있어에게 일본어와 교양·상식뿐 아니라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확인법까지 배운다. 쉬운 설명과 군데군데 잠복한 개그 코드 덕에 어린이도 즐기면서 극을 쫓아갈 만하다.

무수한 좌절을 이겨 낸 루돌프가 정의로운 고양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무난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가 세상사의 아픈 진실을 깨닫는 어떤 순간만큼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들려주는 주제는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각자 사정이 있다. 그러니 스스로 원하는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 권선징악적인 여느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작품의 엔딩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시리즈(1998~)와 ‘요술공주 밍키’(1982~1983, TV도쿄) ‘시간탐험대’(1989~1990, 후지TV) 등 여러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킨 유야마 쿠니히코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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