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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누나가 쓴 화장품은?…화협옹주 묘 발견

중앙일보

입력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1735∼1762) 친누나인 화협옹주(和協翁主,1733∼1752)가 이장되기 전 무덤이 경기도 남양주 삼패동에서 확인됐다.

조선시대 왕실 여인들의 문화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

이번에 발견된 묘는 화협옹주와 남편 영의정 신만의 아들 영성위 신광수(永城尉 申光綏)를 합장했던 묘로 유골은 없는 상태다. 이들의 무덤은 남양주 진건면으로 이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남양주시와 고려문화재연구원이 남양주 삼패동 산43-19번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화협옹주의 무덤 유적과 영조가 직접 지은 글을 새긴 지석, 청화백자합(뚜껑이 있는 그릇), 분채(도자기에 칠한 연한 빛깔의 무늬) 백자 등을 찾아냈다고 28일 밝혔다.

화협옹주는 조선 21대 임금 영조의 친딸이자 22대 임금 정조의 친고모로, 11세에 옹주가 됐다. 어머니 영빈 이씨를 닮아 용모가 출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의정 신만의 아들 신광수와 결혼했지만, 20세가 되던 해 자식 없이 요절했다.

이번에 발굴된 무덤은 지난해 8월 말 모양 목제 조각 파편과 한 변의 길이가 약 50㎝인 석함 1개가 출토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차 발굴조사를 통해 백자 명기(망자의 내세 생활을 위해 함께 묻는 작은 기물) 3개가 담긴 석함 1개가 추가로 나왔고 이달 6∼15일 2차 발굴조사를 시행해 화협옹주의 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지석과 석함 1개를 발굴했다.

무덤에서 출토된 지석에는 ‘어제화협옹주묘지(御製和協翁主墓誌)’가 적혔다. 이 지석은 딸을 먼저 떠나보내 슬퍼하는 영조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명기(明器)는 화장품류로 추정되는 내용물로 채워진 청화백자합과 분채 등이다. 유기물 자료가 드물 뿐 아니라 조선시대 실물자료가 거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이번에 발굴된 자료들은 내용물 감정과 성분 분석 등을 통해 조선시대 왕실 여인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화장도구로 추정되는 기물도 남아 있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작년과 이번 달 두 차례에 걸친 발굴로 사대부가와 혼인한 왕녀의 상장례를 추측해 볼 수 있게 됐고, 영조가 직접 쓴 묘지와 화장품 안료, 용기 등 출토품의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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