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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러시아 "대중국포위망" 의미와 한계

중앙일보

입력

아베 수상과 푸틴 대통령이 12월 15-16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방영토문제와 경제협력에 관해 협의를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북방4도에서 공동경제활동의 실시를 위해 특별한 제도에 대해 교섭할 것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이 평화조약체결에 대해 의욕을 표명했고 공동경제활동의 협의가 평화조약체결을 위한 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공동경제활동은 평화조약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령화하는 섬원주민들의 성묘에 대해 출입절차의 간소화 등의 검토에 합의했다.

일·러간 합의한 주요 경제협력으로 아베 수상이 제안한 8항목의 경제협력플랜에 근거해 일·러 정부간 12건, 민간 레벨에서 60건을 넘는 협력이 합의되었다. 일본측 투융자의 총액은 3000억엔 규모가 된다. 양측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분야는 의료분야에서 후지필름이 러시아 제약기업의 판로를 통해 헬스케어제품을 판매, 에너지분야에서 마루베니와 러시아의 자원회사가 러시아 주변해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탐사·개발, 도시개발분야에서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쓰레기처리기술에서 협력, 중소기업분야에서 JETRO가 신흥기업지원 등에서 러시아의 중소기업공사와 협력, 인적교류분야에서 토호쿠대학이 모스크바대학과 연대, 극동개발분야에서 히키(日揮)가 하바로브스크에서 온실 야채재배의 확대에 협력, 첨단기술분야에서 후지츠가 인공지능에 의한 번역기술에서 러시아기업과 협력하고 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에의 대응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협력, 산업다양화분야에서 국제협력은행이 러시아은행과 공동으로 일러합변사업의 투자틀을 창설하는 것 등이다.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 분쟁이 남아있는 쿠릴열도 [그림 중앙포토]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 분쟁이 남아있는 쿠릴열도 [그림 중앙포토]

회담 결과에 대해 아베 수상은 북방4도의 미래상을 그리며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고, 미래지향의 새로운 접근이 최종 결과에 이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베 수상이 언급한 특별한 제도라는 단어는 성명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제도에 대한 설계는 양국의 협의에 맡겨진다.

공동경제활동은 1990년대 러시아 측이 제안했다. 1998년 오부치 수상이 일본법을 범하지 않는 선에서 공동경제활동을 위해 공동경제활동위원회를 설치했으나 주권문제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러는 1998년 맺은 4도주변의 어업협정에서 관할권문제를 보류했다.

사실 아베 수상은 2012년 12월 복귀때부터 영토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푸틴과 회담을 했다. 당초는 2개섬 반환을 우선 실현하고 최종 4개섬 반환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세웠으나, 2015년 11월 터키회담에서 2개섬 반환이 여의치 않자 아베 수상은 경제협력을 포함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방영토에서 공동경제활동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양보를 일본으로부터 얻어냈다. 푸틴 대통령은 대러 경제제재를 계속하는 일본과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80건 이상의 성과를 문서로 정리해, 사실상 G7의 제재효과가 줄어들게 했다. 반면 영토문제에서 푸틴은 양보 없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문제로 고립되어 있었으나 트럼트 당선자가 대러 관계개선에 의욕을 보여 푸틴은 일본에게 굳이 양보할 이유가 적어졌다. 12월 15일에는 EU가 대러제재의 연장을 발표해서 일·러 관계 진전이 다소 어렵게 되기도 했다.

중국은 일·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과 러시아가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중·러 사이를 벌리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영신화사통신은 12월15일 일본이 러시아에 접근하는 의도는 대중국포위망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정권은 그동안 푸틴 정권과의 친밀한 관계를 일본이나 미국에 대항하는 카드로 이용해왔다. 중국 외무성은 중·러는 전면적 전략협력파트너이고 계속 관계를 심화하고 중·러 관계는 반석이라고 선언한바 있다. 미국은 일·러 정상회담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미정부내에는 푸틴의 정치전략적 방식을 근거로 회담의 성과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트럼프 당선자의 미·러 관계개선 움직임에 대해서도 미국이 러시아를 포섭해서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일·러 경제협력에는 주권문제가 중대한 걸림돌이다. 푸틴은 공동경제개발이 러시아 주권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주권이 적용되면 일본의 법적 입장이 불리하다. 일·러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문제이다. 경제특구 형식의 제도가 고려되고 있으나 적용할 법률에 대해 해결할 과제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러시아가 합의한 공동경제활동은 일·러의 신뢰관계 형성에 중요하지만, 경제협력만 선행되고 영토문제가 남겨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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