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독거노인 목숨 구한 '마을반장'

중앙일보

입력

용상하(68·왼쪽)씨와 주배식(48)씨. [사진 광주광역시 서구]

 크리스마스 이브에 광주광역시의 평범한 주민들이 이웃 독거노인의 목숨을 구했다.

27일 광주시 서구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9시쯤 상무2동 주민 용상하(68)씨와 주배식(48)씨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 정모(76)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폐소생술을 배운 적이 있는 용씨는 응급처치를 한 뒤 119에 신고했다. 노환으로 고혈압 등이 있던 정 할머니는 현재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다.

상무2동의 '이웃사촌 마을반장'으로 활동 중인 용씨와 주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식이 없어서 홀로 지내는 정 할머니의 안부를 확인하려고 집에 찾아갔었다.

용씨 등은 "낮에 한 차례 찾아갔지만 인기척이 없어서 병원에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방문에도 응답이 없자 평소 알고 있던 번호키를 누르고 내부로 들어갔다. 다리가 불편한 정 할머니는 쓰러진 상태로 점차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 할머니가 사는 상무2동은 전체 인구 중 43%가 1인 가구다. 서구 지역 기초수급자 중 4분의 1이 상무2동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

'이웃사촌 마을반장'은 이같은 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이웃들이 독거노인 등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난 6월 시작한 사업이다. 용씨 등 55명이 300여 세대를 수시로 돌며 점검한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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