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 시술비 전액 지원하는 김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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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경북보건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초등학교를 찾아 출산 장려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김천시]

김천 경북보건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초등학교를 찾아 출산 장려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김천시]

경북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에 사는 A씨(37)는 최근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두 살 난 딸에 이어 둘째를 낳고 싶지만 난임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술비는 자그마치 456만원.

난임 부부에겐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19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고도 본인이 부담해야 할 몫이 더 크다. 그동안 체외수정을 쉽게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A씨가 부담해야 할 266만원은 김천시가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국비 지원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담금을 모두 시비로 지원한 것이다.

김천시는 지난 7월부터 난임 부부 시술비의 본인 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전국 최초다. 벌써 시민 84명이 혜택을 받았다. 그 명목으로 11월 말까지 5500만원을 썼다.

김천시의 출산장려사업이 올해 경북의 23개 시·군 중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경북도는 최근 저출산 극복을 위해 주민 인지도 개선, 시책사업 추진, 우수사례 등을 종합 평가해 김천시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김천시는 산후조리 서비스도 수혜 범위를 확장했다.

김천시 부곡동의 B씨(39)는 다섯 살 아들에 이어 지난 6월 쌍둥이를 낳았다. B씨는 정부가 산후조리를 지원하는 소득 범위를 벗어난 경우였다. 김천시는 기준을 벗어나도 둘째아 이상이나 쌍둥이, 35세 이상 산모는 건강관리사를 집으로 파견한다. B씨는 김천시가 81만원 전액을 지원해 15일간 이 서비스를 받았다. 올해 김천시의 지원으로 건강관리사의 조리를 받은 가정만 175곳이다.

김천시는 출산장려 시책과 함께 인식을 바꾸는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자료 : 통계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

[자료 : 통계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

김천의 경북보건대 간호학과 학생 112명은 김천시와 손잡고 '행복출산 서포터즈' 활동을 벌였다. 학생들은 출산 특강을 들은 뒤 4∼5명씩 팀을 구성해 초등학교를 찾아 '형제의 소중함' 등을 아이들에게 알렸다. 또 도심을 다니면서 출산 관련 여론조사를 하고 '다같이 부자(父子) 되세요' 등 캠페인을 했다. 서포터즈 김지은(25·여)씨는 "출산은 간호학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테마"라며 "거리에서 찍은 출산 관련 동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올린다"고 말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를 내세운 김천시의 출산장려책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가임 여성들이 보건소를 찾아가는 대신 15명 이상이 신청하면 기업체로 찾아가 임신교실을 운영한다. 출산장려금도 내년부터 첫째아는 3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둘째아는 24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크게 올린다. 보행기 등 출산·육아 용품은 무료로 빌려 주기 위해 8종 290점을 준비해 놓았다.

이런 노력들로 인구 14만 김천시는 2014년 986명(합계출산율 1.38), 2015년 1030명(1.42)이 새로 태어났다. 또 올해는 11월까지 1038명이 출생했다.

경북도 구성자 저출산담당은 "김천은 현재 합계출산율이 다른 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여러 시책을 통해 그 수치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며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 등은 젊은이들이 저출산 극복에 동참해 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천=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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