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청와대 소명, 부메랑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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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여옥 전 청와대 간호장교가 25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조여옥 전 청와대 간호장교가 25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명을 요청한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은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반드시 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제대로 소명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탄핵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서 ‘세월호 7시간’은 법리적으로는 핵심이 아니었다. 소추위원은 대통령이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리적으로 혐의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헌재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 밝혀라”
불성실 이행 땐 ‘괘씸죄’로 불리해져
소명 내용 따라 증인 채택에도 영향

그러나 헌재가 이에 대한 석명권(재판 당사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을 사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직 헌법재판관은 “생명권 침해 여부뿐 아니라 대통령의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게다가 일반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재판부의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조계 시각이다. ‘괘씸죄’가 적용돼 유무죄 판단에서 불리해질까를 염려하는 일반 재판 당사자와 다를 게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등에 따르면 대통령 측이 재판부 석명 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처벌하거나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헌재 재판연구관 출신인 정주백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청와대는 ‘대통령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논리를 펴왔지만 재판부가 콕 집어 해명을 요구한 만큼 이 같은 입장을 계속 견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 측이 구체적으로 소명할 경우엔 소추인단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 시간대별 업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지만 청와대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소명 내용은 향후 증인 채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림머리 손질’ 의혹에 연루된 정송주(55) 원장이나, ‘미용 시술 의혹’과 관련된 김원호(61) 전 청와대 의무실장,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등이 증인으로 헌재 재판정에 설 수 있다.

김선미·서준석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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