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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31명 안팎 탈당…‘유승민표 정책’이 추가이탈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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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내정자(왼쪽)는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탈당에 관한 질문에 “어떻게 개혁해야 하느냐 하는 개혁 방법에 있어서 조금 의견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정우택 원내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내정자(왼쪽)는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탈당에 관한 질문에 “어떻게 개혁해야 하느냐 하는 개혁 방법에 있어서 조금 의견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정우택 원내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새누리당이 막판 수(數)싸움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 21일 새누리당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한 비박계 의원은 35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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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박·비박계가 각각 단속과 탈당세 규합에 나서면서 이탈 규모는 수시로 달라져 왔다. 서로 뺏고, 빼앗는 힘겨루기 끝에 일단 오는 27일 새누리당을 1차로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에 나설 의원들은 25일 현재 31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가 탈당을 선언한 35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한 결과다.

왜 35명 아닌 31명인가

지난 21일 1차 탈당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35명 중 4명이 오는 27일 탈당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철(5선, 안양 동안을)·강석호(3선,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해당일에는 탈당이 어렵다는 입장이고, 박순자(3선, 안산 단원을)·장제원(재선, 부산 사상) 의원은 입장을 유보했다. 막판까지 탈당을 저울질하던 강길부(4선, 울산 울주) 의원은 “지역구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탈당 찬성이 61.7%로 나왔다”며 1차 탈당을 확정했다. 당초 탈당선언자 명단에서 4명이 빠졌지만 신당 추진 인사들은 10명 안팎이 내년 초에 추가로 합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당 D-1 치열한 수싸움
심재철·강석호 “내일 탈당 어렵다”
박순자·장제원은 아직 입장 유보
신당파, 내달 충청의원 합류 기대
개혁노선 놓고 김무성·유승민 갈등
김 “외연 확대 우선” 유 “경제는 진보”

신당 추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25일 “이미 탈당을 선언한 35명 외에도 우리 측으로 오겠다고 알려온 사람이 10명 안팎”이라며 “연말이나 내년 1월 3일께 이들이 추가 탈당해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의 계획대로 의원들이 모일 경우 40명을 넘어서게 돼 국민의당(38명)을 제치고 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에 이어 원내 제3당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신당 측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친 뒤 국내로 돌아오는 내년 1월 중순에는 충청권 의원들도 대거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1차 탈당 인원은 27일 당일까지 유동적이란 분석이 많다. 아직까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유승민, 개혁적 보수 주장

그중 하나가 신당의 ‘개혁노선’을 둘러싼 갈등이다. 신당의 두 축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다. 김 전 대표는 외연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고, 유 의원은 ‘개혁적 보수’의 노선 정립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최근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신당 노선을 정했다. 유 의원의 요구를 김 전 대표가 수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신당의 정강·정책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게 됐고, 김세연 의원 등 유 의원의 측근 그룹이 세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유승민표 경제정책이 보수 진영 내부에서 폭넓게 인정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유 의원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경우 정부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과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을 설치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 스스로 밝혔듯이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하자 일부 보수 측 인사들이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했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하거나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도 여권보다는 야권에서 더욱 공감을 얻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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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 의원의 정책 방향을 신당이 목표로 할 조짐이 보이자 탈당파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나경원 의원은 “개혁적 보수에는 공감하지만 보수의 정통 가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신당 내부에서 의사결정이 안 된 (유 의원)개인 의견을 바깥에서 얘기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의원도 “우리가 유승민 개인 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며 “유 의원이 주장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나 법인세 인상 등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신당은 빅텐트를 만들어 대선 후보를 만들자는 건데 유 의원의 가치 중심 노선은 거기에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며 “(이탈자가 4명이 아니고) 7~8명 정도가 27일 탈당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 의원 측은 김무성표 외연확대 노선에 불만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신당에 영입해 중책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두 사람이 당의 전면에 나서게 되면 신당은 ‘친이당’이 된다”며 “어렵게 만든 신당의 이미지가 흐려진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에도 갈등 요소가 잠복해 있다.

글=허진·백민경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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