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와 설득의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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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행스럽다.
엿새째 서울 도심을 최루가스로 뒤덮고 온 국민을 불안에 가슴 쥐게 했던 명동성당 농성사태가 극적인 반전으로 원만한 해결을 본 것은 근래 모처럼 보는 기쁜 일이다.
자제와 설득의 성과였다.
학생과 경찰, 모두가 극한 대결은 피했다. 천주교 사제단은 양측을 오가며 협상의 다리를 놓았다. 끈질긴 설득을 폈다. 결과는 누구도 패배하지 않은 모두의 승리였다.
상황을 바꿔 당국이「법대로」 밀어붙였다고 하자, 학생들이 끝까지 고집을 세워 농성을 강행했다고 하자. 그 다음의 사태는 상상만 해도 암울하다.
그동안 정국은 태풍으로 태풍을 맞받아치는 강경의 악순환이었다. 한쪽의 강경은 상대의 강경을 불러 쉴새없이 충돌하고 그 충돌 때문에 더욱 강경으로만 치달으면서 돌이킬 줄 모르는 맹목의 돌진. 그 와중에서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편했다.
그 악순환의 고리가 이번에 처음으로 끊겼다. 끊길 가능성을 갖게 됐다.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고 종당엔 국민이 그 피해를 떠 안을 수밖에 없게되는 정치권의 무한 대립 악순환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강경이 강경을 부르는 악순환 대신 양보가 양보를 부르고 자제가 자제를 낳는 선 순환으로 극적인 반전을 결단하고 끈기와 노력으로 그 고리를 이어가야만 한다.
명동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당국의 자제와 양보였다. 그 자제와 양보를 발판으로 사제단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었고 끝내 학생들의 자진해산 결정을 끌어냈다.
그동안 입만 열면 「법대로를 내세우면서 봉쇄·차단·구속·엄벌의 강공으로만 시국에 대처하는 듯하던 당국과 여당이 명동사태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나마 유연한 자세로 전환한 것은 다행이었다.
명동사태 6일간 시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너무 환히 드러났다. 사회 불안의 불씨가 어디에 있는지도 분명해졌다. 있는 사실에 눈감아서는 안된다. 정부도 야당도 재야도 학생도 양보와 자제에 용감해야하나 무엇보다 정부가 용감해야 한다. 여론과 민심에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능동적으로 선 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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