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안전운전 팁…타이어부터 들여다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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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곳곳에서 눈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눈길 또는 빙판길 운전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눈길·빙판길에서 운전할 경우, 급정거나 급격한 스티어링휠 조작 등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모르거나 알지만 간과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자동차가 지면과 닿는 유일한 부분인 타이어다.

크기나 가격에 상관 없이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4개의 타이어를 통해 지면과 접촉한다.
그리고, 4개의 둥근 타이어가 실제 지면과 만나는 면적은 보통 A4용지 크기에 불과하다. 이를 '컨택 패치(Contact patch)'라고 일컫는다.

컨택 패치(Contact Patch)

자동차는 이 좁은 컨택 패치를 통해 달리고, 멈추고, 굽이진 길을 돌며, 차량의 무게를 분산시킨다.
여기서 정상적인 마찰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첨단 안전장비를 장착한들 무용지물이다.
관성이나 중력 가속도에 의해 미끄러지는 한낱 쇳덩이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지난 11월부터 국회를 비롯해 곳곳에서 '코너링'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JTBC 뉴스 프로그램 '5시 정치부회의'에서는 특유의 재치와 철저한 팩트에 입각해 이 코너링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이 코너링도 결국 타이어, 그 중에서도 컨택 패치에서의 마찰력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값비싼 스포츠카나 고급 대형차라 할지라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타이어로는 북악스카이웨이에서 형편없는 코너링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물며 겨울철 차디찬 도로에서는 어떨까. 또, 그 도로가 눈이나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겨울철 자동차가 안전한 마찰력, 소위 '그립' 또는 '접지력'을 확보하려면 타이어 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타이어 마모한계선 (주황색 동그라미)

그중 일반 운전자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타이어의 트레드웨어(타이어에 파여진 홈)가 얼만큼 남았는지 마모도를 확인하는 것. 대부분의 타이어엔 마모한계가 표시되어있는데, 타이어가 닳은 부분이 한계점에 다다를 수록 접지력은 떨어지게 된다.

한계 표시를 찾기 어렵다면 타이어의 홈에 100원짜리 동전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동전 속 이순신 장군의 관을 타이어 안쪽으로 향하게 했을 때, 관이 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면 타이어의 트레드웨어는 아직 한참 남은 것이다.

따뜻하고 마른 노면에서도 트레드웨어가 남지 않은 타이어로 운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만큼, 겨울철 타이어의 마모도는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항목이다. 타이어의 마모가 많이 진행됐다면 즉시 서행하고 타이어 교체를 해야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타이어 공기압 점검도 함께 이뤄지면 좋다.

타이어 공기압과 적재량에 따라 접촉면이 받는 압력은 달라진다.

타이어 공기압과 적재량에 따라 접촉면이 받는 압력은 달라진다.

차량마다 타이어마다 '적정 공기압'은 각기 다르다. 또, 타이어 공기압은 주행하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주행시 타이어의 온도는 지면과의 마찰로 올라간다. 타이어에 주입된 공기의 온도도 이에 따라 올라가고, 그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부피도 커진다.
겨울철엔 차가운 기온과 노면온도로 일상 주행시 타이어의 온도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 그만큼 주입된 공기의 부피와 타이어 공기압도 크게 상승하진 않으며, 상승하더라도 잠깐의 정차 동안 금방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타이어 공기압을 평소보다 약 10% 높게 조정하면 평소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겨울철 도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다면 윈터 타이어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윈터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대비 더 무른 소재로 만들어져 차가운 노면에서도 본래의 성질을 더 잘 유지한다.

윈터 타이어

윈터 타이어

또, 눈이나 얼음 위에서 더 나은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톱니 형상의 작은 홈이 세기 어려울 만큼 많이 파여있다.
썸머 타이어보다는 사계절용 타이어가, 사계절용 타이어보다는 윈터 타이어가 겨울철 도로에서 더 많은 마찰력을 가져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일부 "후륜 구동 자동차가 문제지 전륜 구동 자동차는 뭘 해도 괜찮다"는 주장도 있으나, 여러 연구기관의 테스트 결과 사계절용 타이어를 장착한 전륜 구동 자동차보다 윈터 타이어를 장착한 후륜 구동 자동차가 일반적으로 더 안정적인 거동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부족하다면 체인을 장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탈부착이 어렵고 주행시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눈길 빙판길 주행에선 보다 안전한 운전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쌓인 눈이나 얼음 없이 그저 한파로 차가워진 노면 위나 아스팔트 알갱이 사이에 숨은 '블랙 아이스' 위에선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타이어가 중요한 것은 겨울철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계절 내내,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서있는 순간에도 타이어는 언제나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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